지역의 재발견, 가까운 송지호를 찾았다. 1월 둘째 주 토요일, 새해 첫 등산은 송지호 산소(O2)길을 걷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성탄절에 내린 폭설이 아직까지 곳곳에 그대로기 때문이다. 겨울 운동이라 출발시간도 일부러 기온이 올라가는 낮 시간으로 정했다. 다행히 기상청 예보가 당일 낮 기온이 주중 최고라고 했다. 어설픈 가이드가 택일을 잘한 것 같다.
송지호 재첩모양의 철새관망타워에 도착하니 관람객들이 제법 있었다. 관망타워는 자연생태학습관인 조류박제전시관, 송지호와 동해바다를 파노라마처럼 조망할 수 있는 옥외전망대와 망원경 전망타워가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잘 정비 관리된 길이 5.2㎞의 호변 산소길은 빼어난 경관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송지호보다 송지호해수욕장을 기억한다. 7번 국도변 우거진 송림이 송지호의 풍광을 가리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 1995년 고성문화원에서 발간한 ‘간성군읍지(杆城郡邑誌)’ 17쪽에 1633년 ‘간성지’와 1748년 ‘간성군읍지’를 근거로 “송지포(松池浦)…송림이 좌우로 5里에 걸쳐 울창하다. 이 소나무는 조선재(造船材)와 관청사(官廳舍) 건축재로 쓰인다.”고 기록되어 있다. 옛 문인들이 남긴 자취를 보더라도 인근의 선유담, 청간정, 영랑호에는 수많은 한시(漢詩)가 전해 내려오는데 송지호는 그렇지 못하다.
(재)강원고고문화연구원의 2012년 ‘비지정문화재(선유담·가학정터) 기초조사사업 학술연구용역 보고서’ 28쪽 각주 38)에 “송지호(松池湖) : 송림이 울창한 송지호는 여러 이름을 가졌다. 조선시대에는 관아에서 주로 목재로 사용했다고 하여 같은 音에 한자로는 ‘松枝湖’라고 하였으며 조선시대 문인은 생성하다는 의미로 소호(蘇湖)라고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실직문화(悉直文化)’ 5집 305쪽에는 “태조실록 제11권에 조선 태조 6년(1397년) 5월 21일에 병마절제사(兵馬都節制使)를 파하고 첨절제사(僉節制使)로 수어(守禦)에 대비하여 강원도에 2진(鎭)을 두었는데 삼척(三陟)과 간성(杆城)이다. 간성에는 황포(黃浦), 송지포(松池浦), 죽도(竹島), 무로도(無路島), 괘도(掛島), 저도(猪島), 초도(草島)에 수군을 주둔시켰다”고 기록이 있으며, ‘2019년 해양수산부 해양문화연구총서 최종보고_02 동아시아의 표류’ 294쪽에는 “강원도 북부지역의 유통 중심지는 간성과 고성이었다. 간성에는 황포(黃浦), 송지포(松池浦)가 있었고, 고성에는 고성포(高城浦), 명사포(鳴沙浦)가 있었다. 상품유통 상황은 함경도에서는 어물을 구입하였고, 경상도에서는 곡물이나 목면을 구입하고 어물을 판매하는 형태였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과거 송지호는 유통의 중심지, 군사적 요충지였다.
송지호 산소길의 중간지점에 송호정(松湖亭)이 있다. 비지정문화재로 1959년에 당시 최창길 면장이 세웠고, 1994년에 보수하였으나 1996년 산불로 소실되어 1997년에 팔작지붕으로 겹처마로 다시 지어졌다. 산책로에서 후미진 곳에 있어 찾는 이가 적다. 그런데 이번에 살펴보니 기둥이 썩어가고 있었다. 비가 들이치고 벌레로 인한 부식이다. 양간지풍(襄杆之風)도 원인일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지 않도록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산불감시요원, 문화관광해설사와 환경지킴이 운영규정에 문화재 수시점검 임무도 추가하자.
사실 필자는 송지호와 각별하다. 2015년에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교수들과 함께 “GIS를 이용한 송지호 재첩서식의 적지선정”이라는 논문을 KCI 등재지에 게재했다. 당시만 해도 송지호 전체면적의 62.5%에 재첩이 분포하고 있었고, 재첩잡이가 주민 농외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수년째 재첩 감소로 조업을 못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송지호가 아직까지는 다른 석호들보다 깨끗하다고 하지만, 여름철 녹조현상과 이따금 나는 악취는 오염되고 있다는 증거다. 호수바닥 준설이 답인지, 바닷물 순환방법이 답인지 너무 늦지 않게 해결해야 한다. 우물쭈물하다가 송지호마저 잃게 될까 걱정이다. 여기서도 ‘손가락 아끼려다 손바닥까지 잃는다.’는 사자성어 석지실장(惜指失掌)을 명심하자.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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