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소음을 멀리하고 싶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른 한 해를 맞이해도 여러 소음들에 둘러싸인 내 삶의 형태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음은 이 곳 저 곳 여기저기에서 끊임없이 들려왔다. 가장 크게 들리는 소음은 곧 다가올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정치 뉴스들이었다. 각각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 그간 보여 왔던 자신들의 행보와는 다르게 혹은 그 연장선상에서 내지르는 소음들이었다. 그런 소음들을 차단하는 공간과 시간들을 간절히 가지고 싶었다.
올해도 턱없이 부족한 생각과 필력으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글을 쓰게 된다. 여전히 글을 쓸 때마다 내가 쓴 이 어설픈 글들이 종이를 낭비하는 문자 공해는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리곤 이 역시 또 다른 소음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뒤따른다.
그러던 중 최근에 서울 근교로 다녀올 일이 있었다. 잠시 휴식을 위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는데 늘 그래왔듯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흡연 구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거기서 우연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릴 법한 일이 생겼다. ‘강원 금연센타’라는 곳에서 금연 캠프를 알리는 게시물을 보게 된 것이다. 올해의 다짐 중의 하나가 금연이었다. 나 혼자 좋은 흡연은 나 말고 가족과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는 고역이고 걱정거리였다. 올해는 금연을 실천하리라 결심했지만 선뜻 행하기가 쉽지는 않았던 터였다. 게시물에 표시된 연락처로 연락을 취했고 다행히도 결원이 생겨 올해 들어 첫 금연캠프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다.
금연 캠프는 원주 근교 구룡사에서 4박5일 동안 펼쳐졌다. 여러 소음들로부터 벗어나 홀로 자신에게 침잠할 수 있는 ‘탬플 스테이’가 그 배경이 되어있었다. 게다가 원주 기독병원과 센터에서 다양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고 요가와 미술치료, 심리상담, 숲 해설 등의 프로그램들은 금연을 위한 나름 최적의 프로그램이었고 시간이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금연을 위한 프로그램들보다도 산사에서 침잠할 수 있었던 4박5일의 시간이었다. 좋은 공기와 풍광 속에서 마치 동안거에 들어간 스님처럼 세상과 단절한 듯 지낼 수 있었던 시간, 그 자체가 마치 축복 같았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의 일이듯 금연캠프에 입소하기 전에 혹시 지루한 시간들이 있을까 싶어 책을 서너 권 준비해 갔었다. 그 가운데는 두서너 번 읽었던 책 중의 한 권인 박노해 시인의 사진 에세이집인 <다른 길>이라는 책도 있었다. 이 책은 <다른 길>이라는 책 제목처럼 매번 읽을 때마다 그 때 그 때 각기 다른 구절에서 감명을 받게 된다. 이번에도 다른 책들보다 먼저 손에 잡혔고 여전히 다른 구절에서 다른 생각들을 갖게 만들었고 또 다른 감명을 받게 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자기가 잘났다고 으스대고 자기가 좀 더 돋보여야하고 좀 더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지금 이 시대에, 민주화 유공자로 선정되었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하고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스스로 사회적 침묵을 실천하며 ‘생명 평화 나눔’의 기치를 든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해 쉽게 변절하고 앞뒤 맞지 않는 언설들로 대중의 시선을 흩뜨리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각종 소음들을 뱉어내는 사람들 속에서 그의 가치가 더 돋보이는 요즘이다.
캠프에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한 지금, 산사에서의 시간동안 일찍 잠에서 깬 어느 새벽녘에 은은하게 들리던 범종 소리처럼 그가 책에서 쓴 몇 개의 글귀가 귓가에 울린다.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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