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이야기다. 제22사단이 새해 첫날에 발생한 월북 사고로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어 필자 역시 예비역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다.
강원도 18개 시·군 번영회장단에서는 국방부 장관 퇴진과 8군단 해체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처음부터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창설된 이 부대가 너그럽게 용서가 되는 것은 기형적인 대한민국 지도를 보면 이해된다. 고성통일전망대에서 서쪽으로 지도를 보면 북한 ‘사리원시’와 ‘남포특급시’ 사이를 지나는 위치로 위도 상 북한 ‘평양시’와도 가깝다. 고성은 북한으로 많이 올라와 있다.
해방 후 38선이 생기고 미국 국무장관의 ‘에치슨 라인 선언’으로 미군이 철수한 지 5개월 만에 6·25한국전쟁이 터졌다. 서부전선 국군은 참패하여 남한 땅 ‘개성’을 빼앗겼으나, 동부전선은 38선을 돌파하여 국군, 경찰, 노무자, UN군이 연합하여 금강산 직전까지 90km이상의 땅을 빼앗았다. 그 결과로 ‘주문진’ 이북지역은 자유를 안겨줘 해방된 것이며 기형적인 한국 지도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곳 주민들의 증언과 전쟁사에 의하면 동해상에 배치된 미군 7함대의 집중 함포 사격은 중공군과 북한군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고 한다. 당시 북한군의 지휘부로 쓰던 사찰 ‘건봉사’도 안타깝게도 파괴됐다. 필자의 짧은 소견을 민(民)·군(軍) 상생 차원에서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첫째,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국방개혁2,0 중 8군단 해체 중단과 22사단의 전력 보강을 요청한다. “이곳은 유능한 장수들의 무덤이다”라는 농담이 현실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이곳은 후방 고성(固城)이 아닌 최전방 고성(高城)이다. 그런데 군대가 훈련을 제대로 못 하니 약체가 되고, 고가 전투 장비는 고철 덩어리가 되고 있다. 미군 철수하듯이 일부 군대마저 떠난다면 동해안 방어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둘째, ‘고성통일전망대 민통선 휴경지 개간’이다. 10년 전 국방부 및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건부 승인(2011.11.3)된 통일전망대 ‘명호리’ 휴경지 330만㎡(10만평)의 울창한 잡목을 제거하고 농경지로 활용하면 관측과 사계가 수월하여 철책 침투 및 월북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철원 뜰 백마고지 부근 농경지를 참고하면 된다. 그때 시작했다면 군사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농·임·축산업, 물류·산업단지 기반이 조성되어 일자리 창출과 경기활성화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 생각하면 아쉽다.
당시 시대를 통찰하는 혜안과 애민정신을 가진 동해충용부대장님, 국민권익위원장님, 특히 국방보훈민원조사관의 논리 정연한 설득력과 명파리 주민들과의 유기적인 협상 결과이며, 도움을 주신 분들께 늦게나마 인사 올린다.
셋째, 국방개혁에 의거 해제되는 징발토지는 원주인에게 환매(還賣)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2.0에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군사시설 조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책무입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①장기간 방치된 군(軍)유휴시설 철거, 국민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해 보상, 매입, 반환, 임차 등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②군 무단점유지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등 국민 재산권 행사를 적극 보장하고자 한다. 따라서 부대가 해체, 이전, 통합, 축소됨에 따라 징발 해제되는 토지는 역대 장군지휘관 분들이 약속한 대로 원주인에게 ‘감정가로 환매’해야 한다. 엄혹한 군사정부 시절에 북한지역에서 살았다는 죄로 토지를 무단·공탁·헐값에 강탈당했다는 것이다. 당시 부대 지휘관들도 토지 사용이 끝나면 땅주인에게 되돌려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넘겨 ‘공개입찰’ 하는 방법은 최초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 된 현 시점에서 한(恨) 많은 세상을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어야 한다. 국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 신뢰를 받아야 하는데 ‘국방부LH’라는 의심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중국 장개석 군대처럼 될까 두렵다.
넷째, 국방부의 ‘군납경쟁입찰’ 도입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이는 접경지역 농민의 생존권 문제로 민·군 상생 차원에서 배려를 해야 하며, 특히 금년도에 30%의 군납 물량이 축소된다는데 재고해야 한다.
다섯째, ‘국립호국원’을 동해안 지역에도 설립해야 한다. 6·25참전고성군지회에서는 2019년 3월부터 최문순 강원도지사, 도의회의장, 6·25참전강원도지부장, 동부보훈지청장, 고성군수께 이에 대한 필요성을 수차례 건의드렸다. 금년 10월경 강원도에서는 3곳(횡성, 영월, 양구) 중에 선정된다는데 이는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 전국에 영천, 임실, 이천, 산청, 괴산, 제주에 호국원이 있고 경기 연천군에도 설립될 예정이라고 한다. 고성군의 예를 들면 월비산전투에서 화랑무공훈장을 받으신 분이 2년 전 돌아가셨는데 지역 납골당에 모셔져 있다. 나라에서는 월남참전 및 6,25전쟁 참전자 분들을 ‘전쟁영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보훈 혜택 등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군대도 변해야 한다. 한쪽 눈은 군대를 바라보고 다른 한쪽 눈은 사회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두 눈으로 양쪽을 균형되게 봐야 한다. 즉, 시대를 통찰하는 혜안을 갖춰 힘없는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원점에서 다시 시작, 환골탈태하자!”를 실천할 분은 ‘동방병마절도사’인 ‘동해충용부대장님’이시다. 특히 역대 선배 장군지휘관들께서 최전방 방위를 위해 불가피하게 지은 징발토지에 관한 ‘원죄(原罪)’를 갚아드리고, 3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 같은 심정으로 한(恨) 많은 수복지역민을 적극 도와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왜군과 싸우면서도 백성들에게 일자리와 경제를 일으켜 조선을 구한 이순신의 장군의 리더십을 발휘하시라!
혹한의 날씨에 전군에서 가장 넓은 경계책임지역을 지키면서 위국헌신 하는 동해충용·율곡 및 일출부대 국군장병님들의 무운장구를 기원하며 용맹한 호랑이의 해 ‘설 명절’을 맞이하여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충성!
신준수
전 합참 인사군수본부 행정관리과장·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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