챨리 채플린이 등장하는 영화 《모던 타임즈》는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소외 문제를 고발하고 있다.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감시할 정도로 지배적인 자본가와 기계처럼 일하는 노동자, 컨베이어 벨트와 기계 등은 당시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점심시간도 줄이고 심지어 밥 먹는데 드는 에너지까지 줄인다며 소개되는 노동자 급식 기계가 나오는데, 이는 기계에 의해 지배되는 인간의 소외된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은 중세의 ‘신 중심의 세계’에서 힘들게 탈출한 후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이성’의 등불을 가지고서 신천지를 향해 희망의 여행을 떠났다. 이런 희망을 가지고 인간들은 공장에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임금을 받고,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가진 내가, 자유로운 내가 누군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하는 로봇이 되어 가고, 어느 큰 기계의 부속품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대상화시키고, 이렇게 대상화된 세계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인식한다. 또한, 자신의 소질을 발휘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을 하며, 노동의 과정과 그 생산물에서 자신의 능력과 모습을 본다. 인간은 자신의 활동을 스스로 뒤돌아보고 이를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인식하는 자기의식을 지닌 존재다. 노동은 단지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본질을 실현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계기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본질적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일을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는가? 많은 경우 자신에게 정말 적합한 일, 자신이 신이 나서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적성과 무관한 노동을 하고 있다. 그 경우, 본인이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한 후회와 불평으로 만족스러운 노동을 할 수 없다. 많은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며, 극심한 생존경쟁의 압력에 의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에서의 성취와 자기 본연의 인간적 욕구가 분리되기 쉬운 것이다. 이러한 여러 원인이 작용하여, 건강한 노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기로부터, 자기의 노동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막스 베버는 사회조직에는 합리화와 형식화로 향하는 근본적인 흐름이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인 관계는 작아지고, 비인간적인 관료제도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관료제에서 가장 중요하고 널리 퍼져있는 특징은 합리적인 규칙에 기초를 둔 통제장치가 있다는 점이다. 그는 《관료제》에서 “관료제 행정은 지식에 의거한 지배를 의미한다. 이것은 관료제 행정을 특별히 합리적이게 하는 기본적인 성격이다. 관료제는 전문 지식을 통해 얻은 강력한 권력 위상을 넘어서서 직무 지식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증대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규칙은 최대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전체 조직의 틀을 설정·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관료제 이론에서는 각 구성원이 계층화된 구조의 위계질서 속에서, 세분화된 업무를 특정 권한을 가진 계층이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이다. 때문에 베버의 관료제는 전통적인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합리성 및 합규칙성을 기반으로 하여 비자의적 행동이 최대한 억제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관료제는 구성원의 신분이나 인맥이 아닌 업무에 대한 실적 자체로 평가한다. 그 결과로, 조직 전체의 효율성은 증가하게 된다. 즉 베버는 관료제를 통해 노동의 합리적 분배가 피라미드 계층과 같은 구조를 통해 이루어짐으로써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계층 관료제는 그 경직성과 비인격성으로 말미암아 조직의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목적달성을 위해 만들어 놓은 규약과 절차에 따른 일 처리 방식이 오히려 목적달성을 방해하는 현상을 유발해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한다. 문제는 베버가 이미 지적했듯이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관료제화가 이 세계에 비인간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다. 규약과 절차에 구속되어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지 않고, 목적 전치 현상을 초래하여 인간을 수단화하는 인간소외 현상을 유발하게 된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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