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납북 귀환 어부 간첩 조작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활동이 본격화된다.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은 지난해 12월 10일 속초시근로자복지회관 회의실에서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을 창립하고 명예를 회복할 목표로 활동할 것을 밝히고 있어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더 나아가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가족을 찾고 이들의 재심과 진실규명 신청지원, 구술기록과 상담 등을 통한 트라우마 치료 등에 한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1954년부터 1987년까지 30년간 3,600여명의 어부가 납북됐다가 귀환했다고 한다. 1980년대까지 동·서해에서 북한에 의해 납치된 어민들의 실태와 현황은 국방, 치안, 인권 등이 모두 열악했던 당시의 시대상으로 인해 명확하지 않다. 다만 1987년 치안본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459척, 3,648명이 해상에서 납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165척 1,527명이 강원도 동해상, 294척 2,121명은 서해상에서 납북됐다. 최북단 백령도 등의 영향으로 서해상에서의 납북행위가 더욱 번번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귀환 이후 반공법, 수산업법 등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강원도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 가운데 1,300여명이 반공법으로 구속됐다.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됐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들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납북됐다. 당시 수사기관은 가혹했다. 구체적 물증이나 협의도 없이 연행했다. 더욱이 구속 영장도 없이 30여 일에서 6개월 동안 불법 구금한 상태에서 구타 고문 등 가혹행위를 가해 사건을 조작했다. 이들은 석방 이후에도 온전한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감시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보이지 않는 연좌제 때문이다. 이들에게 정상적인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고령의 피해자들은 명예회복도 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 이들이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온전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해 줘야 한다. 강원도와 강원도의회, 최대 피해지역인 고성군 등이 동해안 납북어부들의 명예회복 및 체계적 지원을 위한 전국 첫 조례 제정에 착수한 것은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국가의 기본적 책무는 한사람 개인의 인격체로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다. 이제 국가의 책무는 개인의 권리확대는 물론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도록 하는 데 까지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출범이 그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장세호
전 민주평통자문회의
강원도협의회장·수필가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