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다. 그것도 호랑무늬가 없는 검은 호랑이의 해란다. 깊어가는 겨울은 어느덧 2022년의 시작을 우리에게 알리며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말하고 있는듯하다. 찬바람 부는 거리를 걸으며 몸도 마음도 지친 이 시대 생활인에게 새로운 해가 열린다는 것은 지난해의 아쉬움을 접고 다시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언제 그렇지 않은 해가 없었겠지만,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를 돌아보며 각자의 개인사와 나라 안팎의 소란스러웠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을 기원해 본다.
겨울은 추위라는 환경 때문에 사람을 자꾸 따뜻한 곳으로 파고들게 하고, 그래서 나 아닌 타인도 이 따뜻함을 누릴 수 있을지를 문득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이웃사랑과 관련한 겨울의 이미지는 우리가 얼마나 정으로 뭉친 사람들인지를 느끼게 해주고 서로 도우며 사는 삶의 기쁨도 알게 해 준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마음을 나누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그것은 현실 속에 있는, 다소 부족하고 불편한 점을 녹여내는 가장 따뜻한 온기이며, 인간과 인간이 맞닿은 한 지점에서 피워내는 가장 찬란한 꽃이 아닐까?
필자가 신협에 몸담으며 가장 세심히 살핀 것도 바로 그 같은 부분이었다. 우리 신협을 찾아주는 조합원들과 하나로 연결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하는 물음을 수시로 해보았고, 격의 없이 일상에서 정이 넘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 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조합을 찾아오는 조합원들의 안부를 묻고 그들과 이웃이 되는 것,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일인데도 정작 잘 안 되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더구나 점차 개인주의가 되어가는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관심이 때론 어색하게 받아들여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가 어울려 살려면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어야 한다. 그런 보이지 않는 경계가 바로 이웃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우리를 만들기도 했다는 사실을 돌아볼 필요도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상대적으로 개인의 고독은 짙어지고, 늘어난 수명으로 독거노인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혹 모를 불상사가 생기기 전에 우리 주위에 누가 사는 지부터 관심 가지는 것으로 시작하여 천천히 끊임없이 소통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더불어 사는, 이상적인 세상은 그저 먼 곳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속초신용협동조합도 그 정신으로 조합원들과 지역사회의 상생을 꿈꾸고 있다. 조합원들이 많이 신뢰하고 아무런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성장하겠다는 소망으로 우리 임직원들은 그들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각종 사무 처리의 개선점도 반갑게 들으며 시정하고 발전시켜왔다. 무엇보다 사무적이지 않고 조합원 입장의 자세로 임하며 한 동네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화합하는 과정에서 쌓여가는 정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바삐 달리며 자신만의 목표에 전력 질주하는 현대인에게 후한 점수를 주던 시대는 어느 틈에 멀어졌단 사실이다. 오히려 주변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마음을 기울이고, 그럼으로써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며 함께 발전하는 것이 어쩌면 더 가치 있다는 깨달음도 다가왔다.
바야흐로 세상이 무섭게 빨리 변하는 시대가 되었다. 변화의 속도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융·복합,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개인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쫓아가지 못할 지경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의 와중에도 조금도 흔들림 없이 그 변화를 통제하며 우리를 지켜주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초심’ ‘사랑’ ‘배려’ 등과 같은 불변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그만큼 ‘기본’은 중요한 것이며, 아무리 바쁜 세상 속에서도 ‘기본’을 지키고 ‘기본’을 잊지 않는다면 항상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신용협동조합법 제1조는 ‘이 법은 공동유대(共同紐帶)를 바탕으로…’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 ‘공동유대’라는 말에는 신협의 목적뿐만 아니라 인간사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과 지역사회도 신협을 매개로 공동유대와 서로 윈윈(win-win)하는 상생의 길을 펼쳐 나가자.
이 겨울에는 모두가 따뜻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서로 부족한 부분은 메워주고 온 천지에 쌓이는 하얀 눈을 꿈꾸며 겨울을 이겨내고 다가올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유현재
속초신협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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