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 / 박장희
손가락/ 높낮이 들쑥날쑥/ 굵기도/ 제각각//
모두 어울려/ 손이 된다//
열 개의 손가락 모양이 모두 다르다. 굵기도 길이도 각각 다르지만 다섯 개가 모여 하나의 손 모양을 완성시킨다. 그것을 조화(調和)라고 한다.
우리 사는 세상의 모습 또한 그러하다. 각양각색의 모습과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살며 마을을 이루고, 지역사회를 만들고, 국가의 필수 구성요소로 존재한다.
그러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조화(調和)라는 단어는 없고 갈등과 대립만 보인다. 건강한 사회는 앞서 나가려 하는 진보, 전통을 이어가려고 하는 보수, 그리고 그 둘을 적당히 조화시키는 중도가 고루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만 보일 뿐, 중도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중도는 있으되 그들이 말하는 바는 언론 어디서도 이야기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임인년(壬寅年)으로 육십 간지 중 39번째 해이며, ‘검은 호랑이의 해’로 풀이한다.
호랑이해에 우리의 민생을 책임져야할 대통령과 지자체 단체장을 선출해야 한다. 옛말에 그릇된 지도자를 만나는 일이 ‘호환마마’보다 무섭다고 했다. 호랑이의 습격과 마마(천연두)에 걸리는 것보다 그릇된 지도자를 만나는 일이 왜 무서운 일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우리 사회의 리더를 선출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어휘가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이다. 그런데 요즘 정치판을 보면 자기 자신과 집안을 다스리는 수신제가(修身齊家)도 못하는 이들이 나라를 다스리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하겠다는 모습을 보니 힘없는 서민으로 걱정만 커진다. 지금까지 국민을 위해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는 국가경영 비전을 들어 보지 못했다. 그들에게서 들은 것은 상대방을 헐뜯는 비방과 말꼬리 잡기 싸움뿐이라서 더 걱정이다.
2021년, 작년 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중국 당나라 역사를 기록한 ‘구당서’에 나오는 묘서동처(猫鼠同處)다. 그 뜻은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말입니다. 쥐는 보통 굴을 파고 들어와 곡식을 훔쳐 먹고 고양이는 쥐를 잡기 때문에 원수사이지만 나쁜 짓을 함께 저지르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쉽게 말해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이다. 묘서동처를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추천한 이유에 대해 여야 간에 입법과 사법, 행정의 잣대에 대한 의심과 불공정 시비가 끊이질 않았는데 국정을 책임지고 공정한 법집행을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된 상황을 수시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가 공리보다 사욕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2021년의 사자성어 후보로 올라온 말들은 인곤마핍(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 이전투구(자기 이익을 위해 개처럼 다투는 것), 각주구검(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다), 백척간두(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 유자입정(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심정으로 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한다) 등이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2021년은 어두운 한해였다.
이제 검은 호랑이의 해가 새롭게 떠올랐다. 3월과 6월에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대립과 갈등이 아닌, 조화와 중용의 덕을 지닌 리더를 가려내는 혜안을 가져야만 우리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내일을 피할 수 있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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