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강원 고성, 노령화지수 최고 …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② 고령사회 가속화로 나타나는 현상과
노인복지 실태
③ 원주시 노인생협 공동체를 찾아
④ 독거노인 생활공동체로 외로움을 달래고
고독사 예방
⑤ 일본, 지역포괄지원센터로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 삶 영위
⑥ 노인들의 손맛으로 일궈 낸 마을기업,
일본의 전통만두 공장 ‘오가와노쇼’
⑦ 고령화에 따른 지역 역할 찾기 방안
일본은 지금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지난해 말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6.8%에 달하며, 2050년대에는 노인인구가 2.5명 가운데 1명 꼴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은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가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문제를 불러오고 있는지, 해결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되고 있다.
혼조시 지역포괄케어센터 안성원
고령화 사회의 가장 심각한 과제는 역시 노인들의 개호(介護, 간병·요양) 문제일 것이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2013년 고령자 백서에 따르면 요개호자(와상 및 치매 환자) 수는 지난 2000년 218만 명에서 2013년 564만 명으로 13년 간 약 2.6배 늘어났다. 전통적으로 이를 부담해 왔던 가족의 개호력은 계속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자와 고령자 부부만의 세대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개호 난민이 급격히 증가해 왔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개호 시설 확충에 나섰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해결대안으로 정부는 노멀라이제이션(normalization, 고령자나 장애인을 격리된 보호시설에 수용하는 사회가 아니라 이들이 일반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이념을 받아들여 고령자 복지는 시설케어에서 재택케어를 중심으로, 또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존엄을 지키며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지역케어가 새로 모색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의 핵심이다. 각 지자체는 이 시스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지역포괄케어센터를 설립해 지역 현실에 맞는 개호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지역포괄케어센터를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일본 동경 북쪽에 위치한 사이타마현의 혼조(本庄)시를 찾았다.
혼조시 지역포괄케어센터 안성원의 총괄관리자(케어매니저)인 다찌마 씨는 “일본은 심각한 고령화로 요개호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2000년 개호보험이 도입됐다. 하지만 그 이후 여러 가지 문제를 경험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포괄케어센터가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05년 개호보험지원법을 개정하고, 요개호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거나 요개호상태에 있는 노인이 더욱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포괄케어센터 설립을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개호보험제도는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제도와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은 정부가 보험회사로서 역할을 하며,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업무를 관리한다.
반면, 일본의 개호보험은 시·정·촌 즉, 지자체가 보험회사가 된다. 업무는 지역포괄지원센터가 맡는다. 단순 업무뿐 아니라 지역 고령자들의 종합상담, 개인별 지역 지원체계 조성, 개호 예방에 필요한 지원과 활동을 제공해, 아무리 고도의 질환을 가진 고령자들이라 할지라도 지역에서 마지막까지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즉, 지역의 모든 자원을 활용해 지역 현실에 맞는 노인돌봄 서비스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봉사·의료·복지단체와 네트워크
혼조시의 인구는 지난해말 기준 7만9,018명이며 이중 2만305명(25.7%)이 65세 고령자다. 혼조시의 지역포괄케어센터는 권역별로 나눠 총 4개소가 설치돼 있다. 센터의 설치기준은 인구규모, 사업량, 운영재원, 전문직의 인재확보, 지역의 보건복지권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치하게 된다. 보통 인구 2만명당 1개소로 설치되지만 지자체의 재정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역포괄케어센터는 지자체가 직영하거나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공익법인, 비영리민간법인 등이 위탁운영한다.
혼조시에 있는 4개의 지역포괄케어센터 중 지역포괄센터센터 안성원은 노인복지종합센터(요양원과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복지법인인 안성복지회가 혼조시로부터 위탁을 받아 지난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보건사, 복지사, 주임케어매니저(요양보호사), 간호사 등 불과 5명이 4,628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개호예방 및 포괄적·지속적 사례관리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대상자를 관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봉사·의료·복지 등 지역의 단체들과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포괄케어센터 안성원의 주요 업무는 개호예방케어매니지먼트사업과 종합상담지원사업, 권리옹호사업, 포괄적·지속적 케어매니지먼트지원사업이다.
우선, 요개호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은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예방치료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종합상담으로 고령자가 지역에서 안심하고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파악해 적절한 서비스와 관계기관 및 제도의 지원이 이뤄지게 한다. 상담을 통해 판단능력이 부족한 노인들에게는 법적으로 후견인을 지정하는 ‘성년후견인제도’를 진행해 사기와 악덕상행위 등으로부터 재산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권리옹호사업도 센터의 몫이다.
여기에 지역의 고령자가 그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주치의, 케어매니저(요양보호사)와의 연계 뿐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협동조합과도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해 일자리부터 돌봄서비스까지 포괄적인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방문서비스와 고령자지킴이 봉사자 육성으로 노인들의 이상한 변화를 감지한다. 이상변화가 감지되면 지역포괄케어센터 또는 119로 긴급 통보해 후속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또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매 서포터 양성사업도 벌이고 있으며, 지역사회복지협의회와도 연계해 치매가족회 등의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사례관리 정보들은 고령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지자체와 공유하게 되며, 지자체는 월 1회 지역포괄케어센터운영협의회를 열어 센터의 월별 활동사항을 파악하고, 사례 관리자에 대한 대응방안 등을 논의하게 된다.
재원은 사업위탁비 형태의 인건비 보조가 아닌 사업실적에 따른 경비 보상방식으로 지원되고 있다. 개호예방사업은 정부 25%, 광역지자체 12.5%, 지자체 12.5%, 피보험자(가족) 50%며, 포괄지원사업은 정부 41%, 광역지자체 20.5%, 지자체 20.5%, 피보험자 18%씩을 부담해 운영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일본 혼조시의 지역포괄케어센터 안성원이 개호예방케어매니지먼트사업의 일환으로 안성복지회의 지원을 받아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율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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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지역포괄케어센터 안성원 다찌마 총괄관리자
“생활복지서비스 기본으로 의료·재활까지”
혼조시 지역포괄케어센터 안성원의 총괄관리자(케어매니저)인 다찌마 씨는 “정부가 권장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우선 고령자들에게 사생활과 존엄이 충분히 지켜질 수 있는 주거와 그곳에서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보낼 수 있는 생활복지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러한 토양 위에 전문직에 의한 의료·간호, 개호·재활요법, 보건·예방 서비스가 제공될 때 비로소 효과적으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찌마 씨는 “정부는 지역에서 이를 실행하는 중핵조직으로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며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지역 고령자들의 종합상담, 개인별 지역 지원체계 만들기, 개호예방에 필요한 지원과 활동을 제공한다”고 했다.
또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연계해 각 개인에 맞는 최적의 개별 지원 플랜을 제공하는 것도 지역포괄케어센터의 몫”이라며 “특히, 개호 예방을 위한 중점사업으로 비영리민간단체 등과 적극 연계해 고령자들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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