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각은 죽은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미적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예술의 한 갈래다. 나무의 종류나 모양이 어떻든 상관없다. 서각도로 정성을 다해 글이든 그림이든 새겨 넣으면 생긴 대로의 살아있는 작품이 된다. 음각, 양각, 음양각, 음평각 등 다양한 방법에 따라 제각각의 모습으로 나온다.
몇 년 전부터 속초에서도 서각을 배우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원행 한도웅(54, 사진) 속초서각회 회장이 서각 전수에 열정을 쏟은 덕분이다. 한 회장은 2012년 서각모임인 ‘손끝뜨락’을 창립하고 속초시평생교육센터에 직접 요청해 올해 3월 처음으로 서각교실을 개설해 강사로 나서고 있다.
“지역에서는 서각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어요. 정보도 늦고 가르쳐 주는 곳도 없었기 때문이죠. 배운 것을 혼자만 갖고 있기가 아까워 많은 이들과 나누며 서각을 활성화하고 싶었습니다.”
한 회장은 무형문화재 제16호인 소재 이창석 각자장에게 서각(각자)을 사사했다. 평소 나무를 좋아해 나무로 목탁도 만들고 부처상도 만들었다. 한 회장은 이 각자장이 처음으로 수강생을 받아들였던 2008년부터 정식으로 서각을 배웠다. 1년간 거진 반암에 있는 이 각자장의 ‘강원서각’을 찾아 배운 뒤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서각모임 ‘손끝뜨락’ 회원들은 럭키설악타운1차아파트 상가에 작업실을 두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언제든 회원들이 찾을 수 있도록 24시간 개방돼 있다. 설악문화제에서 3차례 전시회를 열고 한국각자협회 강원지회전에도 참가했다.
속초시평생교육센터 서각교실은 15명이 수강 중이다. 매주 화·목요일에 교육을 한다. 서각에 몰두하다보면 교육시간 2시간이 금세 간다. 속초서각회는 서각교실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지난 3월 창립했다. 오는 12월말에 작품전을 열 계획이다.
“한번 서각도를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잡념이 안 생기고 마음에 안정을 주죠. 그야말로 무상무념이 됩니다. 힘든 일을 겪은 분들의 마음수양에 좋습니다.”
서각은 서예 작품을 받아서 글을 새기는 전통서각과 각자의 개성에 따라 칼라를 입히고 그림을 새기는 현대서각으로 나뉜다. 한 회장은 전통서각 쪽이다. 요즘엔 율곡 이이가 어린이교육을 위해 지은 <격몽요결>을 작업하고 있다. 전체 10편 가운데 현재 4편까지 완성했다.
그는 오는 8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한국각자협회와 일본의 교류전에 참가한다. 내년말에는 개인전도 열 계획이다.
한 회장은 사)한국각자협회 이사와 강원지회 속초지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11년에는 서각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위해 강원각자연구소를 창립해 소장을 맡았다. 2014년 제17회 대한민국 문인화 서각부문 우수상, 2015년 한국각자협회대전 우수상, 올해 대한민국 남북예술인 교류전 은상 등 다수의 대회에서 수상했다.
속초 출신인 한 회장의 본업은 전기업(삼화전업사 대표)이다. 속초JC 회장과 이북5도연합청년회 사무국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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