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라는 말은 많은 다(多)자에 문화(文化)라는 말이 붙어서 여러 나라의 생활양식이라는 뜻이다. 문화적 다양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국가 내에 인종, 언어, 역사 문화적 동질 상에 기반한 공동체가 다수 존재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인구 100명 중 3명이 외국인이며 거리마다 마주치는 외국인들도 낯설지 않다. 이주노동자, 재한 외국인(유학생 포함), 결혼이주여성, 다문화자녀 등으로 대표되는 ‘다문화가정’이라는 말도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다문화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에 합류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은 당연 우리의 몫이다.
다문화 사회라 하면 미국과 호주의 경우처럼 국가성립 이전부터 다양한 인종 및 문화공동체가 다수 존재한 경우도 있으며, 단일한 민족으로 구성된 공동체가 외부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이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가지게 된 독일과 스웨덴 같은 경우도 있다. 다문화 사회는 이러한 인종 및 문화공동체를 복수로 가지고 있는 사회를 말한다. 다문화 사회는 사회의 특정한 상태를 의미하기보다는 과정적인 개념이며 인종구성이 증대할 경우에는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사회와 같이 급속하게 외국인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우에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 다문화라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그늘이자 피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유입은 한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를 잘 말해준다.
2013년 발표된 이민정책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는 이민자 300만명이 필요하다고 추정하였는데, 만약 이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생산력이 악화되고 경제가 위축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비용 발생’이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다문화는 한국적 경제의 원동력’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간존중의 논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고민은 우리 사회에만 놓인 문제가 아니다. 이민의 역사가 우리보다 빠른 유럽 역시 다문화 사회를 둘러싼 문제 해결을 위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데 그동안 줄곧 펼쳐왔던 이주민 정책이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지난 18세기부터 이민의 역사가 시작된 프랑스를 들 수 있는데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취지로 인종, 문화적 다양성을 하나로 융화시키는 동화 정책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 인종과 종교적 특성 등을 반영하지 않은 채 평등의 잣대만 강조한 나머지 거꾸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고 프랑스의 다문화 정책에 대한 반감도 커지게 되었다. 그 예로 공립학교에서 이슬람계 이주 여성들은 머리에 히잡(머리스카프)을 못 쓰게 하는 법을 만들었는데 이에 대해 2005년 11월엔 아랍계 청소년들이 대규모 폭동사태를 일으키기도 하여 다문화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문화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 전반적으로 관용 증대를 통한 행복추구에 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이주자들이 불평등과 차별을 극복할 수 있도록 그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장세호
전 속초시 지방행정 동우회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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