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교동 이미숙씨
아픈 몸으로 4살 발달지연 외손자와 힘겨운 삶
이미숙(62, 가명) 씨는 속초 교동의 오래된 연립주택에서 60대 후반의 남편과 외손자와 함께 힘겹게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씨는 자신과 남편이 아픈 것도 걱정이지만, 4살 된 손자가 심한 분리 불안에 소아 우울증으로 발달 심리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더욱 힘들기만 하다. 손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만 찾고 다른 사람들은 심하게 경계하고 기피하는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다. 집에서는 한시라도 할머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발달치료센터에서 3개월째 심리 발달치료를 받고 있다. 발달치료는 손자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권유해 받게 됐다. 손자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장난감을 던지고 아이들을 밀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월에 25만~30만원씩 들어가는 치료비는 12월까지 세움재단에서 지원해주지만, 1월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다. 발달치료도 일주일에 3회씩은 받아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 2회만 받고 있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이영미 간호사는 “발달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치료효과가 떨어지고 아이의 발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최소 5년 이상 지속적으로 치료가 이뤄져야 아이가 사회구성원으로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부의 현재 수입은 남편이 공공근로로 받는 월 50만원이 전부라 외손자의 치료비는 엄두를 낼 수 없는 형편이다. 공공근로도 한시적이라 남편의 벌이도 일정치가 않다. 때론 일용직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3개월 전에 통풍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며 버티고 있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처지다.
여기에 이미숙씨는 양쪽 무릎에 퇴행성관절염이 심해 잘 걷지를 못하는데다 외손자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할 상황이 안 된다. 그나마 종합사회복지관이 속초의료원과 연계해줘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고 다리 한쪽은 휘어져서 교정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다. 공과금은 에너지바우처로 해결하고 월세 35만원은 다달이 대출로 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제 끊길지 모른다.
“어떻게든 일을 해서 적은 수입으로라도 안정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 너무 힘들어요. 도윤(손자, 가명)이가 늘 불안하고 걱정되는데 계속 치료를 받아서 보통 아이들처럼 살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미숙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이영미 간호사는 “마음이 아픈 손자를 최선을 다해 양육하고 있는 조부모가 경제적 부담을 덜고 지속적으로 손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지역사회 교육자원 연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이미숙 씨가 지난 1일 집에서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이영미 간호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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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 강현면 강선리 으헹 씨
100세 시모·남편 병간호하며 남매까지 돌봐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하는데, 부모로서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미안할 뿐이에요.”
양양군 강현면 강선리의 한 주택에서 100세 시어머니와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돌보며 살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의 으헹(가명, 45) 씨는 하루라도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시어머니와 남편은 병간호를 하면 되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공부도 열심히 하는 남매를 볼 때면 으헹 씨는 가슴이 미어진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이웃이 가져다준 김장김치로 아침을 먹고 나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웃으며 인사하는 다정한 남매의 뒷모습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지 14년인 된 으헹 씨는 남편이 뇌전증으로 쓰러져 한쪽 몸을 쓰지 못하면서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당시에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어려 그나마 허드렛일로 근근이 연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졌고, 시어머니의 수발과 남편의 병간호까지 겹치면서 으헹 씨는 몸이 열 개라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보다 못한 이웃들의 요청과 양양군의 조사로 다행히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이 가족은 한 달에 받는 136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 통신료에 남편의 약값까지 쓰고 나면 남매가 먹고 싶어 하는 치킨이나 피자를 사주기도 엄두를 내지 못해 그는 그때마다 부모로서 미안하고 죄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겨우내 피워야 할 연탄도 사야하고 아이들은 점점 더 커 가는데, 갈수록 형편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 너무 힘들고 마음이 아파요. 제발 아이들만이라도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원이 없겠어요.”
자신도 몸이 약해 힘든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마른 으헹 씨는 그래도 학교에 갔다 오면 자신의 몸을 파고들어 응석을 부리는 남매가 있어 버틸 수 있는 것 같다며,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은 상황이 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군 드림스타트 관계자가 으헹 씨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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