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발현한 신종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으로 인해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하리라는 기대가 다시 무너져 가고 있는 요즘이다.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확진자 수와 위증증 환자의 급증 추세는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 어지러운 시국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울퉁불퉁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모양이다. 각자가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체감하는 어려움들은 차이가 있겠지만 각 분야별로 우리의 삶은 이어져간다.
코로나 상황이 어찌 흘러간다 하더라도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일정들이 속속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서는 여론조사 전화를 왕왕 받게 된다. 휴대폰으로 올 때도 있었고 심지어는 사무실 전화로 올 때도 있었다. 우연히 받게 되는 전화겠지만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면 끝까지 안내 음성을 따라 버튼을 충실히 누른다. 그런데 듣다보면 어떤 조사는 이게 여론조사인지 후보자의 홍보전화인지 가늠이 안될 만큼 노골적인 전화도 경험하게 된다. 조사하는 문항의 의도가 무엇일지 훤히 보이는 문항들이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언론사의 의뢰를 받은 여러 여론조사 회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 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여론조사들의 결과들이 하루 이틀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자세히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를 유선전화로 했는지 무선전화로 했는지의 비율에 따라 그 결과가 상이한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 같은 날 공개된 각기 다른 언론사에서 공표된 조사결과가 너무나 차이가 나는 결과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어 여론조사에 대한 신뢰도를 많이 떨어뜨린다. 또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마다 여론조사 전화 응답률도 함께 눈여겨보게 된다. 응답율의 차이가 표본의 왜곡을 가져오게 되고, 그 결과 왜곡된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입되어 있는 여러 모임 중에는 친목과 상포계 성격의 오래된 모임이 하나 있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 동창 열 두어 명으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선거일을 앞둔 직전 달 모임에서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모의투표를 한 적이 있다. 참 놀라웠던 것이 그 해 대선 결과 각각의 후보자별 득표율이 우리가 했던 모의투표 득표율과 너무도 흡사한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표본 집단부터 남녀 성비가 맞지 않았고 연령대가 너무 일방적이었으며 사는 지역 또한 편중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해 대선 결과와 흡사한 투표결과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2017년 대선에서도 다시 모의투표를 했었고 그 해마저 대선 후보자별 득표율과 그 결과가 흡사했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비싼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우리 모임에서 여론조사하면 예측 확률 100%가 나오겠다는 얘기들을 나누기도 했었다.
작금의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형태의 지지를 표명하는 것일까? 자신이 속한 그룹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을 뽑는 것이 선거일진대 부유층과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을 왜 서민들이나 노동자들 중에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반대로 가진 것과 지켜야할 것들이 많은 소위 ‘강남좌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것일까?
나중에야 이해하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한정해서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 팩트를 접하게 되면 지지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것 같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체계와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와 프레임에 근거하여 정치와 후보자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는 점이다.
누구나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있다. 선거에서 누구를 지지하더라도 그건 선택한 사람의 자유의지이겠지만 요모조모로 따져보고 무조건 습관적으로 어느 누구를 선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습관적으로 살다보니 벌써 올해도 달력 한 장만 외로이 남았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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