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전문분야를 합쳐서 지역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마음들이 모여 시작하게 됐어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5명의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창립한 양양여성협동조합은 최근 연어와 송이샌드를 출시하며 양양군의 글로벌 플랫폼 구축에 한층 힘을 보태고 있다.
이사장인 이정은(39) 조각가를 비롯해 감사를 맡고 있는 윤다영(48) 공예가, 마켓팅 전문가 이세비(48) 이사, 디자이너 겸 아동요리 전문가 윤나겸(47) 이사, 피아노를 전공한 공예가 이희정(46) 이사로 구성한 여성협동조합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부터 찾아서 지역에 도움이 되고자 마음을 한데 모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들의 전문분야를 다시금 살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양양군 여성회관의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곳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소통과 공유의 시간을 거쳐 인큐베이터를 나오듯 여성협동조합을 창립하게 됐다.
6개월 걸려 연어·송이샌드 개발
‘글로벌 양양 만들기 오자매’로 도원결의한 이들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를 논의한 끝에 양양군의 미래사업인 연어산업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지역 브랜드를 활성화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기념품 제작에 들어갔다. “어떤 기념품이 좋을까”를 놓고 고민을 거듭한 오자매는 우선 먹거리가 경쟁력 높다고 판단해 양양의 특산물인 연어를 활용한 연어샌드 만들기에 들어갔고, 최근 출시까지 완료했다. 먹거리로 대중화된 북대서양 연어에 버터, 크림치즈, 밀가루를 재료로 완성한 연어샌드는 최근 가진 품평회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맛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엄선한 식재료에 세련된 포장 디자인과 적당한 가격으로 슬로푸드 이념에도 부합하는 로컬푸드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연어샌드와 함께 최근 출시한 송이샌드도 송이엑기스를 활용해 가을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시너지를 더하고 있다.
양양 오자매는 연어와 송이샌드를 만드는 데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 이들은 샌드라는 품목을 정한 후 전국을 대상으로 벤치마킹에 들어갔다. 샌드로 유명한 관광도시는 물론 연어와 송이의 식생까지도 공부하는 등 많은 공을 들여 완성품을 소비자들에게 내놓게 됐다. 낱개로는 1개 1,500원이고 1박스 6개 9,000원에 판매한다. 주로 주문 판매하고 있고, 4일과 9일 양양 5일장 활성화를 위해 장날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양양여성협동조합은 양양군이 조성한 전통시장 내 문화카페에 자리하고 있다. 오자매는 시장상인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며 사람들이 선호하는 감성적 요소를 더 담아내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고, 상인들도 이들의 도전정신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며 응원도 해줘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렇게 소통과 공유를 거쳐 협업체계를 완성한 여성협동조합은 양양군의 다양한 기념품 제작을 비롯해 교육사업, 마을지도 제작, 양양군노인복지관 치매예방 교육활동, 초중고생 방과 후 진로 활동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북면 하조대에 들어서면 세련되게 디자인한 이정표도 이들의 협업 작품으로 인기 포토 존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로가 보완하며 경력단절 극복
매일 문화카페에 모여 기획회의를 갖는 이들은 각자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다져온 경력을 새롭게 되살리고 있다. 이사장인 이정은 조각가는 미술협회 양양군지부 사무국장 겸 미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공예가 윤다영 감사는 캘리그래퍼로 활약하며 주민들과 전시회를 갖기도 했다. 마케팅을 전담하는 이세비 이사는 삼성화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판매 지원에 힘을 쏟고 있고, 디자이너 윤나겸 이사는 조선일보 워싱턴 신문 편집 경력 등을 바탕으로 제품 디자인은 물론 아동요리 전문가로서 제품 만들기와 교육사업의 중심 역할을 해내고 있다. 피아노를 전공한 이희정 이사는 보육교사 경력을 살려 지역의 교육사업 활성화와 식물공예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경력단절의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전환점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양양여성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은 구성원들이 분야별 전문가라는 것보다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서로 보완해 조화를 이뤄가며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협업’이다. 원주민과 이주민이라는 이분법적 발상에서 벗어나 ‘우리가 하나 되면 우리지역도 글로벌 중심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들에게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이렇게 서로 호흡을 맞추고 부족한 것은 서로 채워가면서 소통하고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협업을 이뤄내고 신제품까지 만들어내 정말 즐겁고 기뻐요.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 이렇게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실천하면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체득하게 되면서 앞으로 더 신나게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결혼과 육아 등으로 인해 단절됐던 경력을 개척자 정신으로 새롭게 전환시키는 양양여성협동조합의 오자매는 샌드에 이어 연어가죽공예품 개발을 통해 콜라보 제품도 계획하는 등 생활 속에서 자신과의 도전에 나서며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여성협동조합 오자매가 기획회의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오자매가 제작한 현북면 하조대 이정표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최근 출시한 연어·송이샌드가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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