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 얼마나 될까?
사람 몸의 70%정도가 물인 것과 비슷하게,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것도 물이다. 그런데 바닷물과 같은 염수가 지구 표면의 물 중 97%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염수는 염분 때문에 생물로 마실 수도 없고 농사도 지을 수가 없다. 결국 지구의 물 중 우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겨우 0.7~0.8% 정도에 불과하다.
UN산하기관이 아닌 미국의 사설연구소 국제인구행동 연구소가 1993년 각국의 물 상황을 자체적인 기준으로 분류한 후,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지정하였지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었고, 또 다른 기관인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센터에서는 1인당 가용 수자원량, 물 이용량 및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물 빈곤 지수’를 개발해 발표했는데, 우리나라의 물 빈곤 지수는 전체 147개국 가운데 47위, 29개 OECD국가 중 20위 수준으로 아주 높은 수준이다.
또한, UN에서 공개한 ‘2019년 세계 물 보고서’의 ‘국가별 물 스트레스 수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지수가 25~70%로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었다. 이는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운영하는 수자원 통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자료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기준으로 물 스트레스 지수가 57.6%로 비슷한 수준의 나라는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일본, 중국 등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UN이 지정한 ‘물 스트레스 국가’에 해당되지만, 막상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수도꼭지만 틀어도 물이 꽐꽐 나오고, 수도요금도 저렴하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은 1인당 하루 94ℓ의 물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하루 평균 1인당 물 사용량은 289ℓ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무려 3배가 넘는 양이다.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물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나,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인해 수자원이 오염되고 줄어든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그다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수자원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 절약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이치이자 진리이며 속초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속초시도 만성적인 물 부족도시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수난(水難)을 겪다
속초시의 하루 정수능력은 5만2,000톤으로 안정적으로 식수가 공급된다면 아무런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속초시는 주 취수원인 쌍천의 경우 유로연장이 짧고 경사가 매우 급한 지형적 특성으로 매년 갈수기 때마다 일일 평균 9000톤, 최대 1만3000톤이 부족해 식수난이 반복돼 왔다.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2018년 2월, 2015년 6월, 2006년 2월, 2001년 6월, 1996년 2월과 6월, 1995년 12월에 제한급수를 시행한 바 있고, 공무원들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변기 저수조에 벽돌을 넣어 주는 웃지 못할 풍경이 벌어졌으며, 자매도시를 포함한 전국 자치단체 등에서는 생수를 긴급 지원하는 고마움도 있었다.
속초시 상수도 취수구역인 쌍천에는 물 한방울이라도 아끼려고 그 넓은 지역 물길에 일일이 비닐을 깔기도 했고, 해수담수화 사업도 추진했으며, 인근 자치단체에서 원수(原水)를 사오는 방법과 저수지 확장 방법 등이 검토되었으나, 사업성이 없거나 해당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유야무야 된 바 있다.
여기에 시내 곳곳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수도관들이 오래되어 심각한 누수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시설한지 오래되어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원수(原水)가 새는지 알 수가 없었다. 1만톤을 생산하면 3~4천톤 가량을 그냥 땅속으로 흘려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쌍천에는 2000년도에 준공된 42만톤 저수 규모에 일일 3만여 톤 취수가 가능한 차수벽(지하댐/ 무강우시에는 최장 23일까지 취수 가능 )이 있고, 상수도 유수율 제고를 위한 지방상수도 블록화사업은 사업비 과다로 초기 단계부터 중단된 상태였다. 시민들의 물 부족 수난(水難)은 이렇게 한동안 계속되고 있었다.
치수(治水)로 수난(水難)을 잠재우다
민선 7기는 기존 시설과 중단된 사업에 주목을 하였다. 차수벽(지하댐)을 하나 더 만들면 어떨까? 여기에 수천톤 규모의 지속 가능한 암반 관정을 새롭게 개발하고 지방 상수도 블록화 사업을 재개해 유수율을 높이면 물 부족 사태를 항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사업성도 충분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문제는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예산이었지만, 만성적인 물 부족도시인 속초시의 절박함과 당위성을 만들어 중앙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쌍천 제2차수벽과 암반관정 개발은 행정안전부 재해위험지역 정비시범사업 선정 예산 280억원으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환경부 예산 260억원을 지원받아 본격 추진하게 되었다. 물 자립도시 완성을 위한 첫 걸음이 이렇게 물이 부족한 자치단체간 치열한 경쟁과 노력 끝에 시작되었다.
지하에 묻혀있던 물, 아무런 가둠장치 없이 동해바다로 흘러 보내는 물을 완벽한 치수를 통해 2022년이면 암반관정 14개공에 1만5천톤, 쌍천 지하 차수벽에서는 7천톤,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에서도 5천톤 등 일일 약 2만7천톤의 원수(原水)를 확보하게 된다.
이제, 속초시는 향후 30년 이상은 어떠한 상황에도 물 걱정이 없는 물 자립 도시 완성이라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원대한 꿈을 실현하게 된다. 이 가슴 설레이는 물 걱정없는 속초시의 기쁨을 11월 15일 오전 11시 쌍천 제2 차수벽 공사현장에서 선포식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민선7기, 시민들께 자신있게 자랑하고 또 자랑하고 싶다. 시민여러분!, 이제 물 걱정은 전혀 하실 필요가 없다고…….
그러나 물은 언제나 풍족하고 당연히 있는 것이 아닌 소중한 자원이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도록 일상에서의 물 절약 실천 분위기 확산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될 것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백약의 으뜸이기 때문이다.
지면을 빌어, 3년 가까이 속초시의 수도행정에 한결같은 믿음과 성원을 아끼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신 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김철수
속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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