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시설(봉안시설)에 빗물이 샌다면 누가 믿겠습니까.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태풍도 올라온다 하니, 혹시나 봉안함에 비가 스며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 4일 오후 속초시가 관리하는 승화원(화장장)에 비가 스며들고 있다는 내용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다른 시설도 아닌 시신을 화장하고 유골을 안치하는 승화원에 누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다음날 5일 오전 승화원을 찾았고 제보내용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날은 속초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여서 많은 비가 내렸다.
승화원 제1추념의집에 들어서자, 현관 로비 입구 바닥에 플라스틱 물통 2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천장으로 스며든 빗물이 물통으로 떨어졌다. 빗물이 떨어지고 있는 바로 옆 천장 판넬은 계속되는 누수로 떨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현관에서 조금 떨어진 고별실 복도에서는 직원들이 내벽을 타고 스며든 빗물을 제거하고 있었다.
유골이 안치된 봉안당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봉안당 건물 바닥에도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받기 위해 물통이 놓여 있었고, 분향관리사무소 바닥은 천장에서 떨어진 빗물로 흥건했다. 봉안함이 설치된 바로 옆 건물 내벽에도 빗물이 스며들었다.
계속되는 누수로 일부 건물 내벽은 곰팡이가 끼어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었고, 습기로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 유골을 안치한 봉안시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승화원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속초시시설관리공단 직원은 “비만 오면 직원들이 건물 내부로 스며든 빗물을 제거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며 “예산이 제 때 지원되지 못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몇 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시는 지난달 1차 추경예산에 승화원 장사시설 건물보수비용으로 3억8,000만원을 긴급 편성했으나 시의회의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한 주민은 “시와 시의회가 장사시설을 이렇게 푸대접할 수 있냐”며 “시와 시의회는 유족들을 위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시와 시의회는 승화원의 시설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속초시화장장은 지난 1976년 노학동 현 부지(1,071㎡)에 준공됐으며, 이후 2004년 현대화사업을 통해 승화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재는 속초시설관리공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일 내린 장맛비에 빗물이 건물 내부로 스며들어 보수보강이 시급한 속초시승화원(화장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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