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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문화활동가 최택수를 보내며
“아직 그의 오지랖 필요한데 황망히 떠나”
등록날짜 [ 2021년11월01일 17시51분 ]

택수가 떠난 날 월정사에 단풍놀이를 갔다. 올해 단풍은 유독 미웠다. 죽음이 찬란할 수 있겠는가, 내 심술이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날 유명하다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걸었다. 밑둥 드러낸 죽은 나무와 이제 막 꼿꼿이 하늘 향한 어린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삶과 죽음이 함께 있는 그 공간에서 유독 죽은 나무 앞에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아직 기억해 달라는 듯, 휑한 몸통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죽음이 끝일 수 있겠는가.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은 수많은 화마에도 살아남았다고 한다. 살아남아서 더 아름다운 자태에 적멸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되는 걸까. 층층이 탑신을 쌓고 허공의 나이테를 보여주는 터무늬가 유독 처연했던 날, 택수가 떠났다는 문자를 보았다. 바람은 불고 유독 어둠이 짙은 고속도로를 달리며 괜시리 브레이크를 밟았다. 뭐가 그리 급하다고 엑셀을 밟았단 말인가. 남은자의 원망과 한숨이었다. 
최택수. 향년 53세.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과 사물놀이에 미치더니 영북민속문화연구회 갯마당을 만들었다. 전공자는 아니었지만 특유의 열정과 패기로 속초 곳곳에서 놀았다. 그 놀음판이 문화기획이었다. 서툴고 투박했지만 사물놀이의 신명을 닮았다. 2,000년대 초반 속초의 공연문화는 최택수의 열정과 치기의 결과물이었다. 2005년 속초시립풍물단 산파의 주역이었지만, 단무장을 하지 않고 설악문화제위원회 간사가 되었다. 속초문화원에서 어쩌다 봉급쟁이를 하며 문화행정을 하였다. 그 즈음 설악문화제는 관주도에서 민관협업으로 바뀌었고, 속초다운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한 지역축제 성장의 고민을 안고 있었다. 2010년, 그 고민의 결과물이 속초시내에서 처음 펼친 거리페스티벌이었다. 그해 원주의 다이나믹페스티벌도 시작되었다. 속초예총 국악협회 부지부장도 역임했다. 속초도문농요보존회 어르신들은 그 덩치큰 놈이라고 불렀고, 속초사자놀이보존회는 아바이라고 불렀다. 지역에서 그의 역할은 최근 인기 끈 ‘갯마을 차차차’의 홍반장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지역이라는 촌스러운 커뮤니티에서 순수했기에 미숙하고 뜨거웠기에 상처를 주고받은 적도 있다. 그렇다. 최택수는 토종 문화활동가였다. 토종이라는 단어 대신 동네라는 말을 써도 좋고, 로컬을 사용해도 좋다. 그런 최택수가 암 발병 1년 6개월만에 속초를 떠났다. 그렇게 사랑했던 축제를 못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못하고 떠났다.
올해 시민의 날. 그에게 속초시 문화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움직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그랬다. 택수였다면 또 뛰었을 텐데. 그의 오지랖은 남을 위해 사용되었지만 정작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아직 그의 오지랖이 필요하지만, 그는 무심하고 황망하게 떠나 버렸다.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기록하고 싶다. 그의 청춘이 속초문화계와 함께였다고. 그 결과물이 알게 모르게 우리를 즐겁게 했다고. 그것만 기억해주면 고맙겠다. 잘가라, 친구야.

김인섭이 최택수를 그리워하는 모든 이를 대신하여 기록함. 


고 최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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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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