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피할 수 있는 길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성숙한 자기인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등장하는 ‘소확행’이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유행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 또는 그러한 가치를 말한다. 동네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주고받을 때처럼 일상 속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강의를 할 때, 독서 삼매경에 빠졌을 때,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쓸 때, 차 한잔을 들면서 음악을 감상할 때, 등산을 하면서 땀을 흘릴 때, 퇴근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맥주 한잔할 때, 나른한 몸을 달래며 휴식을 보낼 때, 누구로부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때,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운동 후 샤워할 때, 마음 맞는 사람과 차 한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눌 때, 좋은 이웃집과 음식을 나누어 먹을 때 등 사소한 수많은 일상에서 개인적인 평온한 감정을 느끼고 사회적인 정서적 교감을 나누면서 감사와 기쁨을 느낄 때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맛보게 된다. 이처럼 행복은 거대하고 먼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닌, 너무나 일상적이고 지극히 사소한 데서 찾아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작은 것이지만 노력해서 성취할 때 우리의 몸에서 우울감을 줄이고 마음을 기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엔돌핀,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생물학적 호르몬이 분비되어 심리적 안정감이나 행복감을 가져온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의 여부가 행복함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비록 풍요롭지는 않지만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여건과 더불어 매일을 살아가는 데 어떤 가치와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진정한 행복이 주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내가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해도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집착하면 할수록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그 결과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이 주어진다. 이러한 과정이 인생이긴 하지만, 혹시 우리는 너무 크고 많은 것에 승패를 걸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 높은 곳에 있는 것, 크고 많은 과실을 따기 위해 내 주변에 있는 작고 소소한 가치나 소중함을 외면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사람마다 주어진 상황과 여건, 능력, 추구하는 가치나 목표는 다르지만 나에게 주어진 현실에 감사하고, 때로는 보잘것 없을지도 모르지만 작은 것에 감사하는 일상생활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행복은 멀리서 어느날 갑자기 오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지극히 평범한 생활 속에서 작은 것을 소유하고,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여유를 찾으면서 재미있게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닌가 한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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