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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지방자치! 변형된 엽관제(獵官制)로 가는가?
등록날짜 [ 2021년11월01일 15시38분 ]

필자가 오랫동안 공직에 몸을 담으면서 관선시대와 자치시대를 겪은 경험칙(經驗則)에서 볼 때 지금의 우리시를 비롯한 여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 상황을 지켜보노라면 지방자치에 변형된 엽관제의 망령이 스멀스멀 나타나 보이는 것이 비록 필자만의 생각일까요?
엽관제란 사전적 의미를 보면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선거운동원과 그 정당의 적극적인 지지자에게 승리의 대가로 관직에 임명하는 제도”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집권세력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제물이 되어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의 폐해가 너무나 크기에,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의 독자성을 확보하고자 ‘직업공무원제’가 도입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제도의 중추요건은 공무원 인사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장치를 포함하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분보장에 있습니다.
그리하여 공무원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상급자에 대하여 충성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전체에 대한 공복으로서 상급자의 불법·부당한 지시나 정실(情實)에 속박되지 않고 오직 법과 정의에 따라 공직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헌재 판례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명확하게 판결 명시하였습니다(헌재 1989.12.18. 89헌마 32등).
그러나 30여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도지사·시장·군수)의 선거가 끝나면 어김없이 논공행상은 이루어지고, 당선된 단체장이 속한 정당 관계자의 친인척 및 비선(秘線)으로 조직된 지지공무원 그룹은 좋은 보직을 배정받음은 물론 공무원 조직 생태계를 완전히 짓밟는 고속승진이 이루어지고, 그 반대편에 섰던 그룹은 이른바 낙인이 찍혀 변방을 떠돌면서 와신상담(臥薪嘗膽) 하거나, 혹자는 만년 주사(主事)로 공직을 마감하는 모습들을 우리는 4년마다 접하여 왔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자치단체장의 임기 초·중반에 이루어지는 변형된 엽관제의 병폐라고 한다면, 임기 내내 발생하는 변형된 엽관제로는 자치단체장이 속한 정당관계자와 지지자들을 포함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은(報恩)성 사업과 시민을 분열시키는 치적용 사업에 애먼 직업공무원들을 내몬다는 것입니다. 인사권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며, 승진이라는 달디 단 당근으로 직업공무원들을 이러한 사업에 내모는 것 또한 변형된  엽관제의 병폐는 아닌지요?  
우리시의 경우를 보면, 속초해수욕장 유원지내 영국 템즈강의 대관람차, 이른바 런던아이(London eye) 를 모방하는 듯한 대관람차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자치단체장이 몸담고 있는 정당 인사가 직접 관여되어 보은성 사업이라고 의심될만한 개연성이 높은 사업주체를 최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의혹이라든가, 시민 및 시민단체와 1년 넘게 다투며 우리시 북부권 개발을 위한 3대 사업이라며 추진하고 있는 영랑호 호수윗길 및 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을 돌관작업(突貫作業) 하듯 추진하는 상황을 지켜볼 때, 국민과 시민에게 충성하여야 할 직업공무원이 변형되고 있는 엽관제의 병폐에 떠밀려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문을 가져봅니다.
그렇다고 필자는 우리시의 대관람차나 영랑호 호수윗길 및 생태 탐방로 조성사업 선정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책적 판단을 하려면 이를 수행하는 공무원 및 전문가·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행정절차상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시민을 먼저 생각하고 진정 시민의 복리를 위한 사업인지를 판단하였는지, 환경·생태적인 검토와 시민의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민한 행위가 선행 되었는지를 묻고자 하는 것입니다. 형식적인 공청회와 간담회의 결과서류를 토대로  담당공무원을 전면에 내세워 사업을 관철시키려 하지 않았는지를…. 
왜냐하면 위 두 가지 사업이 공공재인 자연자원을 사유화(私有化) 또는 치적화하려는 오류의 범주에 있는 사업이거나 한번 시행하면 불가역(不可逆)적이거나 치유(治癒)에 천문학적 시민의 세금이 소요될 개연성이 높은 사업이고 그 피해는 오롯이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사업이기에 더더욱 그런 것입니다.
관광객의 유치도 대단히 중요하지만, 속초시민 정주여건 즉, 삶의 질 또한 중요한 것입니다.
생태·자연환경은 그것이 바다든 호수든 산속이든 원금(元金)은 그대로 두어 후세에 넘겨주어야 할 자산이며,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그 이자(利子)만을 사용할 권리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 됩니다. 시민 삶의 질 향상이나 시민 소득과 직결된 필요한 사업이라면 당연히 추진되어야 하며, 이 또한 추진함에 있어 다소의 시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시민 다수의 동의나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중요하며 그리하여 원금 사용에 따른 손실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정책적 판단이 국민이나 시민에게 끼치는 해악은 금전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에 대한 사법적인 잣대가 관대함을 우리는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잘못된 정책적 판단의 사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의 행정행위까지 관대하지 않음을 잘 아실 것입니다.
위에서 이야기 한 변형된 엽관제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삼국지>에서 열세인 ‘조조’가 막강한 ‘원소’와 싸워 승리한 뒤 전리품 중 조조군 내부에 원소와 내통한 첩자들의 명단이 적힌 죽간(竹簡)을 발견하고 난 후 조조의 행동입니다. 많은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죽간을 펴보지도 않고 불태우는 조조의 포용력을 배워야 하고,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다섯가지 유형의 지도자를 피력하여 놓았는데 그 중 최악의 지도자는 백성과 싸우는 지도자라고 기록하고 있음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인 인사권을 가지고 공무원 조직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와 지지하는 시민들과 그렇지 않은 시민들을 갈라 치는 그런 지방자치, 변형되어 가는 엽관제적 망령이 부활하는 지방자치가 더 이상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오직  국민과 시민만을 보고 가는 그런 지방자치, 시민이 진정한 주인인 그런 지방자치를 그려봅니다.

이원찬
전 속초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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