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강원 고성, 노령화지수 최고 …고독한
노인들만 남아
② 고령사회 가속화로 나타나는 현상과
노인복지 실태
③ 원주시 노인생협 공동체를 찾아
④ 독거노인 생활공동체로 외로움을 달래고
고독사 예방
⑤ 노인들의 손맛으로 일궈 낸 마을기업,
일본의 전통만두 공장 ‘오가와노쇼’
⑥ 일본, 지역포괄지원센터로 노인들의
건강한 노후 삶 영위
⑦ 고령화에 따른 지역 역할 찾기 방안
40명 남짓한 주민 중 대다수가 65세 이상 노인인 전남 순천시 승주읍 중대마을에는 독거노인들이 함께 모여 사는 생활공동체가 있다.
중대마을 9988쉼터로 모두 9명의 할머니들이 모여 산다. 외롭게 혼자서 생활하던 노인들이 순천시의 주선으로 가족처럼 지낸지도 벌써 2년째.
공동체 대표 조영희(76) 할머니는 “지자체에서 (공동체생활)운영비가 나오지만 자녀들이 보내주는 음식과 용돈도 함께 먹고 필요한 것을 사는데 보탠다”며 “여러 명이 함께 모여 사니까 외롭지 않아 좋고 이젠 사생활도 친 자매처럼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다”고 말했다.
공동체생활 운영비는 대표인 조영희 할머니가 총괄해 관리하고, 임근빈(70) 마을부녀회장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식사 준비와 청소를 돕는다.
박말순(80) 할머니는 “외롭게 혼자 살 때는 자주 끼니를 걸렀지만 함께 사니 다양한 밑반찬에 후식까지 챙겨 먹는다”며 “자녀들도 안심이 된다며 좋아 한다”고 말했다.
임근빈 마을부녀회장은 “여러 분이 함께 모여 사니 난방비가 절약되고 음식도 제 때 먹어 건강도 챙길 수 있어 병원에도 덜 가게 되는 것 같다”며 “마을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순천시 ‘9988쉼터’ 61개소 운영
대승마을 주민들은 9988쉼터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경로당에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눈다. 자주 왕래하면서 서로 안부를 묻고 혹 누가 보이지 않으면 전화로 확인한다.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다.
양영심 순천시 노인복지 담당은 “9988쉼터는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겨울철 찬방에서 끼니를 거르며 생활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됐다”며 “9988쉼터가 만들어진 후 순천에서는 단 한건의 고독사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거노인 생활공동체인 ‘9988쉼터’는 ‘99세까지 팔팔하게 오래 살자’는 의미를 담았다. 9988쉼터는 지난 2013년부터 시작돼 현재 순천에서 61개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40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경로당과 마을회관, 빈집 등을 개조해 활용하고 있다. 순천시는 오는 2018년까지 1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쉼터에 들어가는 한해 예산은 2억원이 넘으며 전액 시비로 충당한다.
쉼터 개소 기준은 입소 희망자 5명 이상 10명 이내다. 입소자 1명당 월 4만원의 식비가 지원되며 공동체 대표가 식비를 총괄 관리한다. 순천시에서 운영비와 난방비는 물론 가전제품과 옷장, 침구류 등도 지원한다. 보건소 등 여러 부서와 연계해 각종 통합건강증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순천시는 쉼터 노인들의 수요조사를 통해 건강과 생활체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대승마을 쉼터는 노인 대부분이 한글을 몰라 한글교실을 운영 중이다. 하반기부터는 노래교실도 병행할 예정이다.
매년 2회씩 쉼터에 대한 입소자 만족도를 조사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찾는다.
양영심 노인복지 담당은 “처음 쉼터를 시작할 때는 어르신들이 요양원과 같은 입소시설에 들어가는 것으로 착각해 꺼렸지만 이젠 이웃들과 마을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에 매우 만족해 하신다”며 “입소자들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마을 주민들의 협조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천시의 65세 노인 인구는 지난 2015년말 기준 3만6,795명으로 전체 인구(27만8,765명)의 13.2%를 차지하고 있다.
경남 고성 올해부터 시작
경남 고성군도 순천의 9988쉼터와 같은 ‘홀로 사는 어르신 공동생활 가정’을 올해부터 본격운영하고 있다.
군은 지난해 3월 구만면 선동마을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1년간 공동생활 가정을 시범운영한 후, 올해 경로당 개보수비와 운영비 등 5,000여만원을 투입해 2개소를 추가로 조성했다. 앞으로 경로당을 공동 주거생활이 가능한 ‘주민생활 거점지역’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밤에 혼자 집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이 위급 상황을 맞았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군에서는 지난 2013년 12월 한 독거노인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후 수일이 지나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에 군은 지난 2014년 공동생활가정에 대한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필요한 규칙을 마을단위로 수립해 지난해 시범운영을 하게 됐다. 현재 고성군의 고령화비율은 25.7%(인구 5만5,284명 중 고령노인인구 1만4,222명)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태다.
고성군 구마면 선동마을은 산골짜기 깊은 곳에 자리잡은 전주 이씨 집성촌으로 독거노인 6명(할아버지 2명, 할머니 4명)이 첫 공동생활 가정을 꾸려 생활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생활하다 보면 서로 간에 불만이 생기고 다툼이 일어나길 마련이지만, 선동마을은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언성이 높아진 적이 없다고 한다.
맏형격인 이종윤(84) 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에서는 한반도 다툼이 일어난 적이 없고 서로 이해하고 도우며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며 “작은 마을에서 이웃사촌으로 한 평생을 함께 살다보니 더욱 화목하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숙 고성군 행복나눔과 노인복지담당은 “공동생활가정이 전 읍면으로 확대돼 초고령화시대에 노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 중대마을의 생활공동체인 9988쉼터에는 9명의 독거노인들이 친자매처럼 생활하고 있다.
경남 고성군 구만면 선동마을에서는 6명의 독거노인들이 공동생활을 하며 즐거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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