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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선물
등록날짜 [ 2021년10월25일 16시05분 ]

계절은 바람 따라 간다더니 요즘처럼 선선하고 맑고 투명하게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은 계절이 가을임을 실감케 한다. 가을바람은 봄바람처럼 야릇하지도 않고 여름바람처럼 후덥지근하지도 않으며 겨울바람처럼 살을 에이 듯 매섭지도 않다. 여러 가지 세상사로 온통 흐트러져버린 정신을 맑게 해주고 소년처럼 순수한 맘을 들게 하는 이 가을바람은 청명한 가을 하늘만큼이나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어쩌면 가을에는 저절로 신에게 감사 기도를 드려야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당연한 것처럼 느끼며 살고 있지만, 신이 이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특별히 보내준 선물 중 하나가 뚜렷한 사계절일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각각의 특색이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기만의 좋아하는 계절이 있다. 우리가 늘상 누리며 살기에 특별히 고마운 느낌을 받기는 어렵지만 사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들은 이 지구상에 그리 많지 않다.
같은 맥락으로 생각을 좀 더 해보면 속초와 강원도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선물일 것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 등에서 벅적거리며 일상을 보내던 이들에겐 주말, 휴일, 휴가 때면 찾아오게 되는 우리 지역의 존재 자체가 선물일 것이다. 그들에게 이 곳은 숨 쉴 공간이 되고 여유가 된다. 
얼마 전 대학 시절 친하게 지냈었지만 꽤 오랫동안 만남이 뜸했던 후배들을 만났다. 대학시절에는 사회비판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었고, 대학 졸업 후엔 소위 메이저 언론사의 기자로 근무하다가 퇴직 후 각자 자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오랜만에 정겨운 술자리를 갖던 중에 한 후배가 이런 얘기를 했다. 그동안 많이 바빴고 여러 가지로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감내해 내고 하나둘씩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자신에게 선물을 준다고. 그 선물이 그에겐 골프였다고 한다. 기억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그의 20대 때의 모습과 지금 내 앞에 있는 50대 중반의 나이에 들어서있는 그의 모습에서 생기는 약간의 괴리감으로 사뭇 묘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그의 말에 선뜻 동의할 수 있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나는 나에게 무슨 선물들을 주었던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늘 타인에게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물을 주지는 않았었는지. 어떨 때는 심지어 의무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은 선물들을 누군가에게 주기도 하고 간혹 받기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자신을 격려하는 의미로, 내 자신을 토닥이는 의미로 살아오는 동안 내게는 어떤 선물들을 주었을까. 
우리 대부분은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모든 보상을 받는 것처럼 느낀다. 그런데 정작 수고했다고 잘 했다고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일에는 인색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계절,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던 지난 시월 어느 날이 필자의 생일이었다. 올해는 고등학생인 아들에게서 생일 선물로 만년필을 받았다. 생일을 보름 정도 앞둔 어느 날, 만년필 같은 게 내게 필요하냐고 물어봤던 일이 기억났다. 고급스러운 포장에 제법 비싸 보이는 유명 메이커의 만년필이었는데 아마도 아들이 자기 용돈을 절약하며 꽤나 고민했었을 선물이었다. 필자의 생일과 ‘For Daddy’라는 문구가 새겨진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선물. 최근 들어 받아본 선물 중에선 단연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 후배처럼 내 자신에게 무슨 선물을 할까 생각해 보다가 아들에게서 받았던 생일선물의 여운을 느끼며, 확실히 선물은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이 더 기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사랑하는 이로부터 받는 것이라면 더욱더.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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