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성인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공자(孔子)의 식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당시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28세 정도였다는데, 그는 무려 73세의 나이로 천수(天壽)를 누렸다. 그의 장수 비결을 두고 후대 사람들이 논하기를, 그가 나이 오십에 ‘하늘의 뜻을 알게’되었다는 ‘오십이지천명(五十而知天命)’ 같은 처세론으로 장수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살아생전 ‘제철에 나는 음식을 고집하고, 음식을 유달리 가려 먹었기 때문이다’라고 뒷담화를 한다. 그럴 만도 하게 공자의 밥상에 관한 기록을 보면 그의 식성은 여간 까탈스럽지 못해, 음식마다 평가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깐깐한 군자(?)였다. 밥은 봄처럼 먹어야 하고, 국은 여름과 같이 먹어야 하고, 장국은 가을과 같이 선선해야 하고, 음료는 겨울처럼 찬 것이 좋다하며, 고기와 술을 굽고 마시는 방법은 물론, 생선회 써는 방법까지 시시콜콜하게 따졌던 동양 제일의 미식가이자 탐식가였다.
우연히 만든 색다른 물회
이토록 음식에 까탈스럽고 제철음식만을 고집했던 공자가 여름철을 대표하는 제철음식으로 생선회 한 점을 얄궂게 매콤달콤하고 가을 서릿발처럼 시원한 육수에 곁들여 먹는 ‘물회’ 맛을 봤더라면 뭐라 했을까. 아마도 제철 여름음식으로 정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여름음식으로 냉면에 견줄만하게 이만한 여름음식도 없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공자도 즐겨 먹었을 ‘물회’는 작금에 들어서는 여름 한 철 더위를 식혀줄 별미를 떠나, 여름철에 반드시 먹어야 할 제철음식의 대명사이다. 여름철이면 물회를 잘한다는 속초, 양양, 고성지역의 물횟집 마다 성황을 이룬다. 저마다 독특하거나 특색있게 물회를 한다고 내세우지만, 정작 육수 맛은 매콤달콤새콤한 맛이 비슷하게 평준화된 정도여서, 무엇보다 물횟감의 종류와 신선도를 우선 따지는 게 마땅하다. 그 물횟감 중에서도 차진 육질 맛의 풍미와 함께 예부터 어부들에게 뼈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진 ‘참가자미’만 사용하는 ‘참가자 무침물회’가 양양에 있다. 고향이 수산항으로 손끝이 유달리 깔끔하기로 소문난 김향숙 대표의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동쪽바다 세꼬시’(T.671-0333) 참가자미 물회 전문점이다. 이곳은 김 대표가 비릿함 때문에 물회를 못 먹는 배낚시 손님들에게 우연히 회무침을 하여 물회를 만들어 주었던 것이 계기가 돼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참가자미 회무침을 고명처럼
이곳은 양양 수산항 앞바다에서 매일 아침마다 잡아오는 자연산 참가자미만을 물횟감으로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값비싸다는 참가자미 물회값이 1만3,000원으로 저렴하다. 가격대비도 좋지만 보통 물회 육수에 날 것의 횟감을 올리는 반면, 김 대표는 차지고 담백한 참가자미 살을 살포시 떠서 연하게 새콤매콤한 양념장에 조물조물 무친 회무침을 고명처럼 올려 낸다. 별것 아닌 듯해도, 물횟감에 적당히 밴 양념으로 육수와 날것의 물횟감이 겉돌지 않아 곰살스러울 정도로 감칠맛이 깊고 조화로워 기특한 맛을 낸다. 무엇보다 이렇게 하니 비릿함의 걱정도 없고, 국수 한 덩이를 말아 입심을 다해 후루룩거려도 물횟감이 싱겁지가 않아 좋다. 씹을수록 살큼살큼하게 입맛을 덧대 주는 ‘참가자미’ 의 고소함까지 제대로 느껴진다.
물회 맛도 당연히 풍미롭다. 더욱이 깔끔한 김 대표의 성격대로 채를 썰 듯, 곱고 정갈하게 두른 채소의 양도 적당하고 가지런하여, 물횟감보다 채소가 널부러지게 수북한 여느 물회와 비교된다. 물회에 곁들여지는 찬품들도 손맛 좋은 친정엄마 덕분에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맛을 낸다. 여기에 블랙 톤이 강조된 카페 분위기로 흰색 그릇과 붉은색의 물회 한 그릇이 더없이 돋보여 거뜬히 찾아볼만 한데, 무엇보다 새벽아침 참가자미 잡이를 나서는 정성, 식구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맛을 내는 ‘참가자미 무침물회’가 아닌가 싶다.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참가자미 회무침을 엊은 참가자미무침 물회.
물횟집 분위기 이상으로 블랙 톤이 강조되어 럭셔리함이 느껴지는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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