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서핑거점인 양양군의 주요 해변 주변 지가가 크게 치솟고 있는 가운데 해당 부지와 연계한 무분별한 공유수면 점·사용 신청 사례가 증가하면서 부작용 우려가 높아져 체계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양양관내 21개 해변 중 서핑산업이 활성화된 현남면 인구·죽도를 비롯해 현북면 하조대, 손양면 동호리, 강현면 물치·정암·후진과 가장 규모가 큰 낙산해변 등은 해변 수요 급증에 따라 투자가치가 높아지면서 투자 자본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낙산지구를 중심으로 권역별 서핑해변에 인접한 토지들의 매매가가 수천만원을 호가하면서 투기 조장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서핑메카로 불리며 해양레포츠 활성화 산업화가 진행 중인 양양군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현황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다소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2017년에는 59건에 2만7,758㎡, 2018년 61건에 23만6,633㎡로 가파르게 증가했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유지하게 되면 공유수면 점·사용 신청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유수면 편법 점·사용 경향 뚜렷
양양지역은 최근 들어 주요 해변과 인접한 토지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토지소유 업체나 개인투자자가 이를 활용해 해변의 공유수면을 편법적으로 점·사용하려는 경향이 도드라지게 드러나 자칫 서핑산업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죽도와 인구, 하조대, 낙산 등 서핑거점 해변 주변에는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넘는 자본을 투자해 해변 토지를 매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유수면까지 점·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요 해변의 토지를 매입한 소유주들이 실제 해변과 연결되는 공유수면을 직접 점·사용해 활용하지 않으면서 서류상 허가를 득한 후 편법 전대를 통해 다른 사업자가 서핑을 비롯해 다양한 해변 테마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서핑해변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까지도 편법 전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해변의 공유수면 점·사용 신청이 계속되면서 양양군이 인·허가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이들은 해변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 해당지역 주민 일부를 앞세워 활동을 강화하고 있어, 공유수면의 무분별한 점·사용 남용까지 우려되는 형편이다.
더욱이 해변운영 여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마을을 대신해 마을해변을 임차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으려는 업체들까지 난립하면서 지자체들조차 정확한 기준안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서핑해변 주민들은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자본력 있는 업체는 물론 인허가 브로커들까지 찾아오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라며 “이렇게 조용하던 해변이 전쟁터로 바뀌면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치열한 경쟁 속 영세업체들 ‘한숨’
이처럼 주요 해변의 공유수면 점·사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상적인 임대를 통해 서핑산업화에 참여하고 있는 서핑전문숍 운영자들까지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서핑을 전문분야로 오랫동안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양양해변에서 서핑숍을 운영하는 젊은 운영자들 대부분 자본력보다는 서핑시스템 안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임대료 상승에 코로나19 장기화와 대규모 자본력 앞에 속수무책인 상태에서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핑해변의 영세업체들은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고려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 서핑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조금만 더 열심히 노력하면 완전히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이 높았는데, 코로나19에 더해 임대료가 크게 올라가고 대규모 자본들이 서핑해변을 잠식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체 공동심의기구 설치 필요
최근 서핑해변이 과열상태로 팽창한데다, 기업형 자본까기 가세하면서 서핑해변의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의 체계적인 시스템 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는 관련 법률에 의거해 구비서류를 갖춰 해당 지자체에 신청하면, 동해지방해양수산청과 관할 군부대 등의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해양레포츠 활성화 시책에 따라 자유로운 공유수면 점·사용을 권고만 했을 뿐, 정작 가부를 결정하는 정확한 기준점을 명시하지 않아 각종 민원을 야기하고 있으며, 현재처럼 기업형 자본의 투기 장으로 전락할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국에서도 가장 핫한 서핑해변인 양양군의 주요 해변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점·사용하기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확정과 함께 심의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해양레포츠 설계 전문가는 “서핑거점인 양양해변을 체계적으로 관리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확정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사전에 신청업체나 개인 등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심의할 수 있는 기구가 운영돼야만 그에 따른 가이드라인도 마련될 수 있다”며 “행정과 전문가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공동심의기구 설치도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특히, 공유수면 점·사용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서는 관련법에서 신청주체들의 공공성 강화와 적격성 심사기준, 관련부서의 심의 강화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서핑해변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서핑세 신설 도입’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공유수면의 수요와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문제점들이 더 많아질 수 있는 만큼, 관리 취지에 맞게 정부 중심의 체계화와 함께 지자체의 특색에 맞는 가이드라인 설정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동해안 각 지자체가 공유수면 점·사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이드라인 설정에 애를 먹고 있다. 공유수면을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양양의 한 서핑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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