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사는 요즘, 사회적 갈등과 분열에 더해 인간 내면의 질투와 시기, 욕망이 우리를 더 어지럽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겨운 추억을 회상하며 자신은 물론 자연과 대화하기 위해 추억의 장소를 자주 찾곤 한다.”
남설악 오색 주전골 지킴이로 불리는 사진작가 홍창해 씨가 지난 11일부터 최북단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에서 두 번째 사진전 ‘오색 아이들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열어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는 10월 5일까지 열리는 이번 사진전의 주인공은 오색 아이들로 모두 16점이 전시되고 있다. 계곡과 들판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아이들,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계곡에서 가재를 잡으며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다양한 배경과 각도로 앵글에 담은 작품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보급될 무렵인 지난 2003년 6월경, 디카로 찍은 사진과 일반 카메라로 담은 사진을 서로 비교하면서 볼 수 있도록 구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남설악 오색에서 평생을 살아온 홍창해 작가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우리의 삶이 너무나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겨운 사진 한 장으로 잠시나마 과거 추억을 회상하며 힐링할 수 있도록 이번 사진전을 기획했다. 또 설악권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서로가 함께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사진으로 만나는 오색의 이야기보따리를 최북단 고성에서 풀어내고 있다. 전시회 공간을 무료로 마련해준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와 이진수 관장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홍창해 작가는 “오색이야기를 왜 양양에서 안 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는데, 조금은 지평을 넓혀 우리지역 이야기를 다른 지역에서 하게 되면 지역을 알릴 수 있고, 무엇보다 전시전용공간을 활용한 전시문화가 정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북단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를 선택하게 됐다”고 전시회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오색 아이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낸 사진전은 하천 계곡은 메마르고 학교는 아이들의 소리가 점점 줄어 폐교 위기를 맞고 있는 현재 오색의 현실을 통해 같은 실정에 있는 지역들을 대변하고 있다.
지난 15일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수민(37, 과천) 씨는 “저도 어릴 적에 저런 추억이 있어서 공감이 가고, 다시 과거를 회상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우리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저렇게 계곡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었으면 정말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홍창해 씨는 작가 노트를 통해 “일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고, 더욱 또렷해진다”며 “소박한 이 전시 속에서 아이들의 꿈과 우리들의 추억이 만나길 기대한다”고 했다.
남설악 오색의 주전골 계곡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일상의 이야기가 작가의 순수성을 타고 7번과 46번 국도를 따라 최북단 고성에서 다시 희망의 이야기로 꽃피우고 있다. 김주현 기자
홍창해 작가
홍창해 작가가 지난 2003년 앵글에 담은 가재 잡는 오색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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