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맨발로 하는 연극

뉴스홈 > 오피니언

기고 / 맨발로 하는 연극

-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참관기 -

등록날짜 [ 2016년07월11일 13시12분 ]

연극협회 속초지회장 남상진씨와 카페소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속초의 모든 연극인들이 소속 극단을 떠나 한 작품을 공연하기 위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작품은 졸작 <카운터포인트(소현세자, 흔적과 표적)>로 하고 연출은 속초연극인들에게 친숙한 변유정씨가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2015년 12월19일, 극단 파람불 대표 석경환씨와 연출 예정자 변유정씨와 저녁을 같이 했다. 연출은 작품이 연습에 들어가면 연출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작가는 가급적이면 간섭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연습 직전 속초에서 연극경험이 많은 연극인들의 의견은 전통사극이 보여주거나 들려주는 재미가 없으니 필자의 다른 작품을 공연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필자는 작품 <카운터포인트>가 아니면 금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카운터포인트>로 2016년부터 개최되는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도 예선부터 참여하기로 하고 연습에 들어갔다.
도 예선은 횡성에서 열렸는데, 강원도 각 지방에서 여덟 개의 작품이 출품되어 경선을 벌였다. 속초의 <카운터포인트>가 대상을 받고 희곡상과 무대미술상을 수상했다.
본선은 전국 각 도와 광역자치단체 대표로 열 아홉 개 극단이 참여하고 심사위원도 아홉명으로 대폭 늘렸다고 했다.
예술을 스포츠 경기처럼 등수를 정한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 행위지만 예술을 주관하는 정부부처와 협회에서 경연으로 정했으니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속초연합팀의 공연이 끝나니, 평소에 알고 지내던 연극인들의 표정이 상기되는 것 같았다.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각인된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정확하지 않은 소문이 나돌았다. 속초(강원도)는 지난해에 대상을 받았는데 예술계의 관행은 연속으로 대상을 주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예술에 무슨 관행이냐는 반발이 생겼으나 참기로 했다. 지난해까지는 서울이 제외된 전국연극제였고 금년은 서울이 포함된 제1회 대회인데, 과거나 관행이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제기된 비평 비슷한 소문은 연기자들이 신을 신지 않고 연기를 한다는 점에 대해서였다. 전통적인 상식에서 보면 왕과 세자가 연극무대에 등장하면서 신을 신지 않고 맨발이라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는 연출이 연기자들을 맨발로 무대에 서게 한 행위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연극 또는 공연 예술은 재미나 사회비판적기능, 유희성 등을 추구한다. 우리현실에서 공연되는 대부분의 연극작품들이 재미나 흥겨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연극은 오락성만 추구해온 것이 아니다. 동시에 제의성도 추구해 왔다. 연극이 종교적 제의에서 비롯되었다는 학자들도 있다. 필자는 발달되어가는 우수한 매체들 속에서 연극이 생존할 수 있는 한 방법이 제의성의 회복이라고 믿고 있다.
얀 반 아익의 ‘지오바니 아르놀피와 채나미의 결혼’ 이라는 그림은(런던, 영국국립미술관) 결혼하고 일년이 된 젊은 부부와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그렸다. 그림의 한쪽 구석에 신발이 놓여 있다. 인간이 신을 신고 다니는 공간은 일상의 속의 공간이다.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모세가 신을 벗어야 했던 땅은 거룩한 하나님의 공간이다. 이 성스러운 공간은 세계의 중심이고 신이 있는 곳으로 한 인간의 삶의 스타일이 정해지고 한민족의 자유의 행진이 시작되는 곳이다. 정지용의 ‘향수’에 등장하는 아내는 신을 신지 못하고 맨발로 땅을 디디고 산다. 정지용에게 있어서의 빼앗긴 이 땅은 거룩한 공간이다.
연습이 끝나고 마지막 회식 때 캐스트와 스태프들이 필자에게 한마디 하라고 했다. 반년간의 연습이 끝나고 미래를 결정하는 결의의 순간이었다. “우리는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열리는 청주로 갑니다. 경연에 참여해 수상하겠다는 생각은 접어 두십시오. 우리는 청주를, 대한민국을 정화하고 성화하기 위해 청주로 갑니다.”
우리는 금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연극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서울대학로 아르코 대극장에 초대되어 9월10일과 11일에 공연한다.
속초와 강원도는 세속도시이며 국가인 서울과 대한민국을 깨끗이 정화하고 성역화 하기 위해 서울로 간다.
이반
'카운터포인트' 작가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좋아요 0

싫어요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사설 / 동서고속화철도 건설 확정 후 과제 (2016-07-18 11:06:08)

기고 / 수상레저 교통사고, 제도와 안전의식 향상으로 예방하자 (2016-07-11 13:10:40)

1671호(2024.11.18.)1671호(2024.11.18.)1670호(2024.11.11.)1669호(2024.11.4.)1668호(2024.10.28.)1667호(2024. 10. 21....1666호(2024. 10. 14....1665호(2024.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