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간 생활의 궁극적인 목적은 ‘최고선’이며 그것은 바로 행복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행복이란 모든 존재가 타고난 본성을 잘 발휘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인간 역시 그의 본성인 이성을 잘 발휘하면 도리를 다하게 된다. 그리고 덕을 ‘이론적 덕’과 ‘실천적 덕’으로 나누는데, 실천적 덕이란 우리가 양극단을 피하여 ‘중용’을 지키는 데서 성립한다. “도덕적 덕은 본성적으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요, 본성에 반하여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본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습관을 통하여 완성한다. 그러니 정의로운 일들을 행함으로써 우리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며, 절제 있는 일들을 행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절제와 용기, 그리고 다른 덕도 마찬가지이다. (…) 그러므로 절제나 용기와 같은 도덕적 덕은 지나침과 모자람에 의하여 파괴되고, 중용에 의하여 보존된다.” 용기란 만용과 비겁의 중용이고, 절제란 방종과 무감각의 중용이며, 긍지란 거만과 비겁의 중용이다. 너무 운동하지 않으면 허약해지고 과도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밥을 너무 안 먹으면 배고프고 과식은 배탈나게 한다. 이처럼 모자람과 지나침이 없는 ‘적정한 상태에 대한 추구’를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이라 한다. 이 중용을 유지하는 삶이 인간의 행복한 삶이다.
쇼펜하우어는 《인생론》에서 정신의 행복을 부나 명예에서 얻는 행복보다 견고하고 본질적이라고 말한다. 부는 객관적인 모습으로 존재하여 외부의 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정신 안에 웅크린 인격은 그럴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는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만족을 얻을 수 있지만, 탐욕스럽고 질투심이 많고 악의에 가득 찬 사람은 엄청난 부 속에서도 만족을 얻지 못한다”는 주장에서 그의 정신주의에 바탕을 둔 행복론을 읽을 수 있다. 그는 행복의 요건으로 첫 번째, 가장 본질적인 것으로 인격을 들고 있다. 물질이나 명예 등은 운명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상대적인 가치를 지닌다면, 인격은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재화나 용역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의 부는 우리의 행복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 부유한 자들 중에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 외에도 행복에서 본질적인 것으로 건강·성격·도덕적 성품·지성 등을 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이분법에 의해 정신과 물질로 나눈다. 이것은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할 뿐이다. 《논어》 〈옹야편〉에서 공자는 “본바탕이 외관을 지나치면 촌스럽고, 외관이 본바탕을 앞서면 겉치레만 잘한 것이니, 외관과 본바탕이 잘 조화된 뒤에야 군자라 하겠다.”고 했다. 본바탕과 외관의 아름다움은 조화에서 오는 것으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릇은 크나 교양을 쌓지 않으면 촌스럽고, 국량은 좁은데 너무 꾸미려다 보면 가분수가 된다. 문질빈빈(文質彬彬)은 외양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미가 서로 조화롭게 잘 어울려야 한다는 것으로, 행복도 정신과 물질, 외형과 본질 등이 긴밀한 상호관계로 조화를 잘 갖출 때 진정한 행복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물질주의가 경계되고 배척되어야 할 사항은 아니다. 다만 물질적 풍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신문화가 뒤처지는 ‘문화 지체’를 극복해야 한다. 보다 깊이 있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외화내빈의 겉모습이 화려한 삶보다 내면의 세계를 다져 속을 채워 나가는 내실있는 삶, 기본적인 물질적 욕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인간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다. 즉 물질과 정신이 조화롭게 균형 잡힌 삶, 중용의 덕을 실천하는 삶이 진정한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지만, 자살률·범죄율· 교통사고율 등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눈에 보이는 이익이 생기면 취하려고 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 관조하면서 정의롭지 못한지를 먼저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자연은 곡선의 아름다움이 있다. 여기에는 여유와 조화와 균형이 있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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