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아담 호커의 그림책 ‘함께(원제:Together)’는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팬데믹을 떠올리게 한다.
순식간에 하늘을 덮으며 세상을 덮친 먹구름은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바꿔버린다. ‘거대한 먹구름이 바꾼 세상’이라는 시련을 시작으로, 바뀐 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 세계가 투영된다. 처음 마주하는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괴로움, 답답하고 외로운 현실이 펜화로 섬세하게 펼쳐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달라지듯, 책 속에서는 먹구름이 덮어버린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낯설음에서 오는 혼란과 고독으로 어둡게 바뀐 새로운 일상을 보여준다. 또한 그 새로운 일상으로 달라진 시선과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달라진 세상에 따라 달라지는 삶과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달라진 세상에서 어떤 이는 숨고, 누군가는 피하고, 그렇게 사람들은 단절된다. 그 단절된 세상 속에서 공허함과 외로움은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소주 한 잔에 흘러간 추억을 이야기하던 고등학교 동창 모임도 만남을 멈춘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한 편의 시를 놓고 어휘 사용과 시적 장치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던 갈뫼 모임도 회원 얼굴 본 지가 꽤 오래 됐다. 매년 엑스포 공원에서 300여명의 아이들이 나와 생기가 살아있던 백일장 대회는 공모제로 형식을 변경해야만 했다.
매주 화요일마다 모여 문화재단의 소식지 만드는 팀의 회의는 오프라인 모임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4명은 현장에서, 나머지 팀원은 온라인으로 접속하는 모임으로 바뀌어 갔다. 아날로그 세대인 필자에게는 참으로 낯선 풍경이다.
그렇게 2020년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의, 아니 인류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꾸어 가고 있다.
그러나 책에서는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준다.
‘집이 학교가, 연회장이, 운동장이 되어가는 삶은 또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용기를 내어 창문을 열고, 그 너머로 마주하는 얼굴들은 너무나도 반갑다. 어쩌면 이미 있었을지도 모르는 우리 사이의 거리가, 서로에 대한 진한 그리운 마음을 통해 또 다르게 다가온다. 우리는 시선과 손짓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모두가 같은 상황이기에 극복이라는 단어를 조심스럽게 떠올린다.’ - ‘출판사 리뷰에서 인용’
얼마 전부터 언론과 정부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19)’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제 집단 방역 체제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이야기다. 필자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로나에 걸려 죽으나, 장사를 못해서 굶어 죽으나, 이젠 정말 힘들어! 그렇다고 가게 문 닫을 수도 없고.” 푸념처럼 뱉어내는 자영업을 하는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비가 오는 날 같이 산책을 나갔던 주인공이 자기가 썼던 우산을 강아지에게 씌워 주는 장면을 보며, 필자는 그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인류는 인류 탄생 이후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의 일상을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책의 제목처럼 모두가 마음과 마음을 모으고, 소통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찾아내는 일이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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