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양돈농가에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고성에서는 지금까지 멧돼지에게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견됐으며 양돈농가에서 발생된 것은 처음이다.
간성읍 해상리의 한 양돈농장에서 지난 5일부터 돼지들이 폐사함에 따라 농장주가 지난 7일 동물위생시험소 북부지소에 감정을 의뢰했고, 현장 부검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소견이 나왔다. 이후 동물위생시험소 본소 1차 검사결과 ‘양성’으로 확인됐으며,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검사 결과 지난 8일 새벽에 최종 확진됐다.
이에 도는 통제관 2명을 현장에 긴급 파견했으며 고성에 양돈농가 농장초소를 추가 설치했고 도 전체 양돈농가 203호에 48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 명령(8일 오전 6시~10일 오전 6시)을 내렸다.
이 농장의 돼지 2,400마리는 모두 살처분됐고 매몰 작업은 지난 9일 오후에 완료됐으며 이후 소독 작업이 진행됐다. 방역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ASF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는 최소 수 개월간 진행될 예정이어서 당장 감염경로를 파악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번 ASF 발생 후 방역 당국은 고성과 인제 양돈농가 전부를 대상으로 ASF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 고성과 인제의 모든 양돈농가에서 추가적인 감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농장의 주인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가 발견된 곳이 농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 평소에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비해 기존에 설치된 광역 울타리 외에 울타리를 더욱 보강해 추가 설치할 것을 당국에 요구했는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 농장주는 “다시 돼지를 들여와 키워서 팔려면 적어도 2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신속한 보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도내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4번째로 재작년 10월에 화천 양돈농가 2곳과 올해 5월에 영월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바 있다.
고성군 양돈농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 9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 김현수 본부장(농식품부장관)이 도청을 찾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도 아프리카돼지열병방역대책본부 최문순 본부장과 대책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현수 장관은 “강원도가 지속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야생멧돼지 발생에도 농장 추가 발생을 완벽 차단하는 등 방역의 모범이 되고 있었음에도 고성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신속하고 과감한 초동 대응으로 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1910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된 이래 유럽을 거쳐 아시아까지 전파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 발생했다. 경기도 연천, 강화, 김포, 포천, 강원도 화천, 양구, 철원, 인제 등 휴전선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도내에서는 5개 접경지역 외에 양양, 춘천, 영월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걸린 멧돼지 개체가 발견됐다.
이 병에 걸린 돼지는 대체로 고열과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다가 일주일 안에 죽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없으며 사람은 이 병에 걸리지 않는다. 도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상에 흘러내린 빗물에 의해서도 전파될 수 있어 여름 장마철에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광호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후 살처분 등 방역 조치가 취해진 간성읍 해상리의 양돈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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