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먼저 물질적인 소득을 들 수 있다.
인생의 행복의 순간으로 ‘경제적 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 옷, 자동차, 집 등과 같은 물질적인 것은 물론 인간관계, 생활습관까지도 돈으로 이루고 지킬 수 있다고 본다. 경제적인 부는 직접적으로 소비생활을 통해 물질적인 삶의 조건을 개선시키고,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에 기여하며, 소비 이외에 다양한 삶의 영역에 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소득 및 자산 양극화의 심화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질에 미치는 영항은 크다. 특히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삭감된 저소득층은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지고, 문화생활이나 스포츠·취미 등 자기계발이나 건강을 위한 소비 여력이 줄어 삶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적절한 소득을 확보하지 못하면 건강, 지적인 활동, 여가, 이웃과의 관계, 안전 등 삶의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질 높은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1인당 소득이 평균 2만 달러에 도달할 때까지는 삶의 질이 비례적으로 신장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찍이 사마천은 《사기》 <화식열전>에서 “창고가 넉넉해야만 예절을 알고, 의식이 족해야만 명예와 굴욕을 안다. (…) 연못은 깊어야 물고기가 나고, 산이 깊어야 짐승이 왕래하며, 사람은 부유해야만 인의(仁義)가 따른다”고 한 것은 경제가 개인의 삶을 결정함을 말해 주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부자를 꿈꾸고 있는 세상에서 경제적인 부는 행복에 있어 중요한 척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경제적 소득과 행복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흔히 ‘이스터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로 “경제성장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고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의 증가가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가난한 소국 부탄이 행복한 국가 상위 순위에 있다. 기대수명도, 교육수준도, 1인당 GDP도 낮은 가난한 국가다. 아름다운 자연, 관광, 전통문화 보존, 욕심 없는 생활, 국민을 위한 정치 등 물질적 부보다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는 편으로 평온한 삶 속에서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행복과 최대치의 만족은 모든 욕망의 무제한적인 충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그것이 복지상태로 이어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는 경제적 풍요의 혜택을 누리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더불어 행복은 경제적 부와 같은 물질적인 효용감이나 실용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인권, 자유, 사랑, 존중, 배려, 신뢰, 관용, 시민 참여, 공동체 의식 등 비경제적인 조건, 흔들림 없는 심리적인 평정심 등 주관적이고 정신적인 만족감 충족도 매우 중요하다. 행복도가 높은 국가의 국민들은 대체로 물질적인 풍요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유, 사람 간의 상호존중으로 믿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통한 신뢰할 만한 인간관계가 행복을 안겨주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외부의 환경 조건이나 필연적인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행복이 개인적인 자유와 사회적인 신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자유도와 신뢰도가 낮은 국가일수록 물질 중심적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때로는 도깨비와 같으며 때로는 부처와도 같아 주위 상황과 이에 대한 자기 자신의 상태가 하나로 합쳐져서 당시의 필연에 의해서 여러 가지의 심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변수의 존재로 자기 자신의 마음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