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오후2시 속초시청 대회의실에서 G1방송 창사20주년기념 “강원자치발전전략 대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속초철도역사의 지상·지하화 관련한 주요이슈”였고, 강원연구원 노승만 선임연구위원의 좌장, 강원연구원 김재진 실장의 발제, 토론자로 속초시번영회 주영래 회장, 속초시의회 김명길 의원, 속초시 신성장사업과 김용구 과장, 그리고 시민중심 원탁회의 추천으로 필자가 참여했다. 이날 대토론회에서 필자가 주장한 내용을 첨삭요약 정리한다.
시민이 하나가 되어 수차례 원정 집회 끝에 2016년 마침내 30년 숙원사업 동서고속화철도를 이끌어냈다. 필자도 2015년 7월 28일 뜨거운 땡볕에 현수막 기수로 세종시집회에 참여했다. 당시 지상·지하화는 관심이 아니었다. 그러나 5년간 시민갈등의 지역난제가 되어버렸다. 중앙정부는 지하화 요구를 여측이심(如廁二心) “뒷간 오갈 때 마음이 다르다”고 볼 것이다.
2017년 국토교통부 주관 철도사업 주민설명회 때 처음 지하화요구 이후 시간이 갈수록 갈등이 증폭되어왔다. 지난 3월 “철도노선과 건설방안” 시민대상설문조사 결과 49%으로 정확히 찬반이 엇갈렸다. 시민갈등이 안타깝다. 시 집행부와 주민대의기관인 시의회의 역량에 아쉬움이 남는다. 4월에 속초시의 “지하화 타당성 용역” 요청이 얼마 전 시의회에서 승인되었다. 만일 지하화로 용역결론이 난들, 비용부담을 놓고 중앙정부와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일 뿐이다.
그사이 철도난제가 더욱 엉켜가고 있다. 첫째, 환경부가 “동해북부선 설악산 관통노선 거부”를 했다.(강원도민일보, 2021.7.15.) 싸리재 700미터가 국립공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연내 동시착공을 앞둔 시점에 환경부의 갑자기 딴지걸기가 어이없다.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청대산이 국립공원이라는 사실을 몇 명이나 알고 있나? 매일 등산하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동해북부선이 싸리재 관통을 못하면 통합환승역도 안 된다. 제3안인 동해고속도로 병행노선은 변전소에서 소야벌로 90도 열차회전이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속초IC까지 갔다가 다시 소야벌로 돌아서 들어와야 한다. 동해북부선은 화물중심인데 화물도 지하에 넣을 것인가? 야적을 하면 강풍에 견디나? 그렇다고 소야벌에 대형물류센터를 세우면 오히려 지상역사보다 경관을 더 가리게 된다. 수시로 오가는 대형화물트럭은 도심양분보다 더 큰 문제다.
이런 생각 없이 지상·지하화 싸움에만 몰두하니 안타깝다. 지금은 양대 역사를 따로 세울 것인지 아니면 여러 부작용과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통합환승역을 고집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시급하다. 속초시내를 제외한 타구간은 공사시작 직전이다. 환경부의 싸리재 불가결정을 뒤집기는 어렵다. 필자가 2014년 환경부와 유네스코가 “설악산 생물권보전지역”을 속초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계획에 맞서 반대추진위원장으로 1500명 주민들과 지켜낸 경험이 근거다.
셋째, 고성군이 “동서고속화·동해북부선 직결노선” 추진에 나섰다.(강원일보,2021.7.30.) 속초를 거치지 않는 원암리~인흥리 삼각선연결은 노선단축과 시간비용이 절감되며, 접경지역 5개 군이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에 공동 건의했다. 강원도 역시 측면지원 공조에 나섰다. 속초가 지상·지하화로 계속해서 갈등을 겪는 틈에 인근 지자체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속초시장이 외곽이전을, 고성군수가 위치변경을 주장하려면 시·군통합이 우선 전제조건이다. 고속철은 속초시민에게 생명과 같다. 어떻게 얻어낸 것인데 그냥 줄 수는 없다. 만일 시·군통합 없이 국토부가 고성군의 손을 들어주면 지자체 간 엄청난 갈등으로 비화될 것이다. 지금당장은 시·군통합 양해각서(MOU)만 체결하고, 국토부에 역사위치변경 요청안을 내면 된다. 내년 지선은 현행대로 치르고, 2025년 아니면 2029년까지 행정통합을 완성하면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강원도 18개 지자체 가운데 속초, 춘천, 원주만 2035년에 살아남는다. 시·군통합은 공용선거구, 괴물선거구를 영원히 쓰레기통에 넣는 일이다. 50년 전, 1973년 제9대 총선 때도 속·인·고·양은 한 선거구였다. 그러니 이제 설악시 아니 고성시로 통합하자. 철도난제를 시·군통합의 계기로 선용하자. 이번에 놓치면 통합은 없다. 인구소멸시대에 설악권 통합 메가시티로 후대에 자랑스러운 설악시민이 되자. 시장, 군수 언제까지 할 것인가? 시·군통합을 이루어 낸 멋진 기초단체장과 시·군의원으로 영원히 기록되고 싶지 아니한가!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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