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성읍 시가지의 외곽에 있는 ‘달홀주조’(구 고성탁주)는 항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방 이후에 만들어져 거의 80년 된 주조장이다.
이 주조장은 1997년에 영주와 평창에서 탁주 사업을 했던 이한국 씨가 인수했고, 몇 년 전부터는 이 씨의 딸인 이미영(48) 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미영 대표는 30대까지만 해도 가업을 이어 주조사업을 할 생각이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속초의료원에서 간호사로 일했고 이후 공방을 운영하며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가 주조 사업에 뛰어든 것은 수십 년간 계속된 부친의 사업이 중단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데에서 비롯됐다.
몇 해 전 이 대표의 부친이 연로해지면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이 대표의 막내 남동생이 고성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으려 했었다. 하지만 1년간의 노력에도 사업이 원활하지 않자 남동생은 본인의 전공을 살려 엔지니어의 삶을 살기 위해 고성을 떠났다.
공방 운영하다 전통주 제조 뛰어 들어
당시 공방을 운영하던 이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부친의 사무업무를 돕기 위해 속초와 간성을 오갔다. 부친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고성탁주는 문을 닫을 수도 있었으나 2015년에 기회가 찾아왔다.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고성특주’ 개발을 의뢰했고, 이 사업을 통해 제조설비를 개선하고 막걸리 ‘달홀주’를 출시하면서 회사의 틀을 정비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고성탁주 운영에 나선 이 대표는 여러 기관에서 전문가 과정을 거치며 전통주를 공부했고 신제품 개발도 추진했다. 2017년부터는 회사명을 ‘고성탁주’에서 ‘달홀주조’로 변경했다.
최근 달홀주조는 증류주인 ‘달홀진주25’와 ‘달홀진주40’을 출시했다. 신제품 개발은 부단한 연구의 과정이었다. 증류주를 규격화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웠다. 향을 유지하면서 증류하기가 특히 어려웠다고 한다.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증류식 소주 제조법을 배우려 했으나, 기존 사업자들은 정보 공유를 꺼려 견학으로 건진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제조에 필요한 필터를 찾는 일은 실험의 연속이었다. 많은 필터를 하나씩 사용해 보면서 향도 살리고 목 넘김을 좋게 하는 것을 찾아내려고 했다.
지난 5월 신제품 ‘달홀진주’를 출시했지만, 더 좋은 술을 개발하려는 이 대표의 의지는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증류주의 숙성기간을 늘려 맛과 향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챙겨야 할 일은 신제품 개발 외에도 많다. 대표라고 해서 직원 인력 관리에만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무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다. 달홀주조는 주조장에서 소매 영업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 대표의 몫이다. 인터뷰 중 주조장을 방문한 손님들을 상대하는 이 대표의 모습은 매우 싹싹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손님들에게 이 대표는 달홀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오래 일한 직원들 생각에 마음 다잡아
현재 달홀주조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은 투자가 많이 이뤄지는 단계로 이 대표에게 많은 이윤이 남진 않는다고 한다. 이 대표는 당장 이윤이 크지 않아도 시대 변화에 맞게 회사가 점점 틀을 잡아 나가는 것에 만족한 듯 보였다.
이 대표는 요즘 코로나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직원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현재 달홀주조의 직원은 4명으로 이 대표는 “달홀주조에서 장기간 일해온 이들을 생각하면 힘들어도 사업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인터뷰를 하던 날은 7월 말의 무더운 날씨였지만 사무실에 에어컨이 없었다. 이 대표에게 이유를 묻자, 며칠 전 발효실의 에어컨이 고장 나서 사무실 에어컨을 임시방편으로 발효실로 옮겼다고 했다. 직원 휴게실에 에어컨이 있지만,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뽑아서 그렇게 한 것이다.
이 대표에게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직원들의 복지가 향상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달홀주조의 술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주로서 널리 알려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이미영 달홀주조 대표가 증류주 ‘달홀진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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