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幸福)이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세상을 살다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는 것, 혹은 남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 등 수없이 많은 것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기를 원한다. 행복이란 ‘심리적 혹은 육체적인 양면에 걸쳐 욕구가 충족되어 정서적으로 심신이 평온한 상태’ 내지 ‘물질적 조건과 정신적인 만족을 통해 삶의 질이 보장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빈곤 추방, 최소한의 소득 보장, 기회균등, 인권 보장, 자아실현, 목표 달성, 성취감, 건강, 화목, 관용, 봉사, 자유, 평화, 깨끗한 환경 등 매우 다양하다. 행복으로 말미암아 파생되는 심리 상태로 만족, 희열, 신남, 보람, 존재감, 평온, 안락 등이 존재하나, 이들 단어 역시 개개인의 주관에 따라 분화되는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10조에도 ‘행복추구권’을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행복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오늘날 복지국가가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행복의 기준은 개인, 시대, 장소마다 다르다. 병에 걸리면 건강함이, 가난할 때는 돈이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행복의 기준은 대체로 그 시대의 지배적인 사상이나 체제의 영향을 받는다. 고대 그리스는 철학적인 지적 활동에 의한 성찰을 통한 깨달음이, 중세는 기독교적인 신앙을 통한 신의 구원 추구가, 근대는 이성적 자각을 통한 자유로움을,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물질적 풍요를 중시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서경》 <주서> ‘홍범(洪範)’에 오복(五福)을 말하고 있다. “첫 번째는 수명이고, 두 번째는 부유함이고, 세 번째는 건강과 편안이고, 네 번째는 덕을 좋아하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늙어서 명을 마치는 것이다.” 이는 동양에서도 고대 시대부터 행복한 삶을 추구했음을 말해 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1권>에서 인간의 ‘최고선’은 ‘행복’이라 하였으며, 이를 ‘인간의 탁월성에 의거한 영혼의 활동’이라 규정하고 그가 추구하는 윤리학의 중심사상으로 삼았다. 그는 인간 최고의 탁월함은 지혜의 활동이며, 그는 사람의 생활형태를 크게 향락적인 생활, 정치적인 생활, 관조적인 생활이라는 세 가지로 나누고, 최고의 행복이란 지혜에 의거한 활동, ‘관조하는 활동’에 있다고 하였다.
중세 기독교가 지배하던 시대, 아우구스티누스는 진정한 행복은 영원하고 완전한 존재인 ‘신과 하나’가 될 때 가능하다고 했다. 즉 신앙을 통해 절대자에 귀의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도덕적 덕과 종교적 덕을 강조하며 신의 명령과 본성에 내재 된 자연법에 따를 때 행복하다고 보았다.
근대 이후 19세기 공리주의자인 벤담은 행복을 고통이 없는 상태인 ‘쾌락’으로 보고, 쾌락은 옳고 그름의 판단으로, 행복과 불행의 기준으로 질보다는 양을, 동기나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공리주의》 <2장>에서 “행복이라는 것은 쾌락을 그리고 고통의 부재를 의미하며, 불행이라는 것은 고통을 그리고 쾌락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는 행복은 일상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인가에 전념하는 사이에 부산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기심이나 정신적인 교양이 부족한 것은 인생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행복의 원천으로서 인간이 가지는 사회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양심의 내부적인 제재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인류애를 중시했다. “배부른 돼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배고픈 인간이, 만족스러운 바보가 되기보다는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라는 표현에서 잘 드러난다. 행복의 근원은 인격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쾌락의 추구에 있으며, 쾌락의 본질은 자율과 책임 위에서만 존재한다고 보았다. 또한 사회적 공익이 개인의 쾌락보다 앞선다고 하였다. 또한 밀은 벤담의 공리주의가 행위의 결과만을 강조하는 것을 비판하고 행위의 결과뿐만 아니라 동기까지도 주목해 행위의 전인격적인 평가를 중시했다.
칸트는 행복이 ‘편안함과 자기만족으로 인해 사람을 오만하게 만든다’고 인식하여 도덕적 법칙에 따르는 삶을 강조한다. 그의 사상은 도덕적으로 옳은 행위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를 수행하려는 동기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정언명령’으로 설명되는데 이는 상황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지켜야 할 도덕적 원리이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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