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한다 - 이상국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죽은 노동자의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벌금이 평균 450만원이라고 한다. 영국은 최소액이 약 8억원으로 한국 노동자 177명이 죽어야 나오는 액수이다. 2010년 미 연방교통국이 산정한 시민 1명의 가치는 약 610만 달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일 일곱명 정도가 산업재해로 죽는다고 한다.
떨어져 죽고 깔려 죽고 불타 죽고 끼여 죽고 치여 죽고 부딪혀 죽고 터져 죽는다고 한다.
얼마 전 지역의 원로 문인과 함께 하는 저녁 식사 모임 자리가 있었다. 50년 된 문학 단체 ‘갈뫼’ 이야기도 하고, 돌아가신 선배 시인 이성선, 최명길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반주 몇 잔 걸쳤다. 전국적으로 속초문학의 위상을 높인 몇 명의 시인과 전국 5대 장수 동인지를 만들어낸 문학 단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값어치를 몰라주는 지역의 현실에 대한 섭섭함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이상국 선배 시인에게 시집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저물어도 돌아 갈 줄 모르는 사람>이란 10번째 시집이다. 집에 돌아와 한 편 한 편 열심히 읽다 문득 눈에 들어온 시가 ‘......라고 한다’라는 시였다.
위의 시가 유독 가슴에 와 닿았던 이유는 전날 본 화재 현장을 다룬 뉴스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형 화재 사건, 장마로 인한 수재 피해, 산업 현장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언론에서는 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열변을 토하며 관계 기관을 성토한다. 풍수해, 지진, 가뭄 따위와 같이 자연의 변화로 일어나는 재앙을 천재(天災)라고 한다. 반면에 사람에 의하여 일어나는 재난을 천재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 인재(人災)다.
다시 말해 인재(人災)는 우리 사회가 조금 만 더 관심을 가지고 개선점을 찾아내고, 추후 대책을 실행한다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가 소위 그 인재(人災)라고 이름 붙인 일들은 늘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늘 우리사회의 대책은 사후약방문이며,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일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후 점검을 나가고, 관계자 몇 명을 처벌하고, 실효성 없는 종이문서로 계획 수립을 하면 늘 끝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진 고쳐야 할 커다란 악습 중의 하나이다.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양은냄비에서 물 끓듯 요란하다가 짧으면 며칠, 길어야 두서너 달 지나면 끝이다.
어떻든 세상은 정상이다/ 주 오일제가 되고도 송아지는 다리가 넷이고/
죽니 사니 해도 주말이면/ 사람들은 벌떼처럼 맛집을 찾아 나선다/ (중략)/
어떻든 세상은 오래 되었고/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같은 시집의 ‘천장지구’에 나오는 구절처럼 아주 조금만 달라질 뿐 인재(人災)는 여전히 되풀이 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진 변질된 가치관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보다 돈이 더 우선시되는 세상. ‘그래 그걸 고치는 데 드는 돈이면 차라리 벌금 몇 푼 내고 말지 뭐! 이런 사고가 또 일어나겠어?’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물질보다 사람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세상! 우리의 삶이 더 안전하고 행복해지는 세상은 어떻게 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시집을 덮는다. 밤이 뜨겁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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