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학업 중단 위기학생의 열악한 가정환경을 개선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설온중학교(교장 임태호)에 따르면 조양동주민센터와 함께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남매(3년·2년) 학생의 집을 청소하고 집수리와 함께 가구 등을 지원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최근 마쳤다.
설온중 홍석연 상담교사는 이들 남매가 지난 6월 19일(토요일) 학업중단 위기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학교 내 대안교실 상담 사례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자 걱정이 되어 직접 집을 찾아갔다. 평소에도 남매가 방임상태에 놓여 있는 느낌을 받아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오던 중이었다.
홍 교사가 그날 영구임대아파트에 있는 남매의 집을 방문했지만, 어머니가 만나기를 꺼려해 집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4남매를 둔 학생의 어머니는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이 저하된 데다 우울증을 겪고 있어 평소에도 외부인들의 전화나 방문을 거부하는 등 폐쇄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홍 교사는 어머니와 학생들을 설득하면서 어렵게 문틈으로 집안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집안에는 온통 쓰레기가 쌓여 있고 옷가지와 생활용품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가족들이 쓰레기더미에서 살고 있고 위생상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홍 교사는 6월 21일 출근해 임태호 교장에게 바로 상황을 보고하고, 그날 학생들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인 조양동주민센터와 대책회의를 열어 가정환경 개선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게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 학교에서 남매를 심리적으로 지원하며 장시간에 걸쳐 어머니를 설득했고 마침내 동의를 받아냈다.
홍 교사는 학생 가정의 지원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면서도 주말과 방학 중 급식이 지원되는 급식카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주민센터에 지원신청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집안 청소는 지난 14일부터 시작됐다. 설온중 교사들과 조양동주민센터 직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봉사자들, 시의원, 도의원 등이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했다. 지난 19일 설온중 교사들이 마무리 정리까지 마치자 100ℓ 쓰레기봉투 150여개가 나왔다. 학생들 가족은 그동안 다른 곳에서 생활하다 이날 말끔히 정돈된 집으로 돌아왔다.
설온중은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남매에게 장학금 40만원을 지급하고 원목서랍장을 지원했다. 조양동주민센터는 사례관리비로 장롱과 이불을,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는 책상과 책장, 의자를, 청대주공관리사무소는 도배, 장판, 도색, 전등 배선을 지원했다.
앞으로 늘사랑장학문화재단(이사장 김상기)의 장학금과 조양동사례관리팀의 모의 심리치료도 지원할 예정이다.
홍석연 상담교사는 “학교에서는 위생적인 가정환경이 유지되도록 가정의 위생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자녀들에게 위생과 청소에 대한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태호 교장은 지난 19일 조양동주민센터를 찾아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과 통장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임 교장은 지난 20일 통화에서 “학생들의 가정환경을 개선해줘 너무 기분이 좋았다. 다른 세상을 본 것 같았다”며 감격한 목소리를 전해왔다.
장재환 기자
임태호(오른쪽 두 번째) 설온중 교장이 19일 조양동주민센터를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