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파람불이 지난 1991년 ‘한씨연대기’로 전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한 후인 1992년 11월 속초시립극단 설치 조례가 제정되었다. 2005년에 속초시립풍물단 설치 및 운영조례와 시행규칙이 만들어져 이 해 11월 4일 속초시립풍물단이 창단되자 속초연극계도 시립극단 창단을 거론한다. 이에 속초시는 16년이 지난 2008년 5월에 속초시립극단 설치 조례 시행규칙을 만든다. 앞서 2007년 당초예산에 상임단원 2~3명의 인건비와 운영비 등이 반영됐지만 결국 시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때쯤부터 속초시가 재정압박을 받기 시작해 시립극단 창단이 수포로 돌아간다. 조례 설치 만 25년, 시행규칙 제정 만 8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그동안 숱한 수상실적을 쌓았고 특히 근래엔 속초연극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제33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영예의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최근엔 정부3.0 국민체험마당 개막식에서 속초시공무원들이 생활연극 <걱정 말아요, 아바이>를 무대에 올려 박수갈채를 받았는데, 속초연극협회가 연기를 지도했다.
이렇듯 속초연극은 이제 전국적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에 몸담고 있는 연극인들은 시나브로 고향을 떠나는 웃픈 현실에 직면해 있다.
배우·관객만 있고 상설무대 없어
실적을 냈으니 막무가내로 보상해 달라는 차원이 아니다.
한해 1천5백여만명의 관광객이 속초를 찾는 전국 제1의 관광도시라는 구호에 맞게 볼거리 확충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바라는 것이다.
유능한 연출가 1명이 만들어내는 연극의 힘은 아마추어극단 단원들도 감복하게 할 만큼 대단하다. 그저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는 자리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상업적 경쟁력도 갖출 용의가 있다고 한다.
연극의 3요소는 무대, 배우, 관객이다. 속초엔 배우와 관객은 있으나 상설무대가 없다.
연습장소가 없어 문화회관 소강당 등을 빌어 사용하다 그나마 강원연극제와 대한민국연극제를 앞두고 상도문에 있는 도문농요전수관에서 연습을 했다.
연극배우 김강석 씨(극단 파람불)가 사비로 수년간 임대해 운영해온 시내 ‘두드림소극장’은 만성적자에 허덕인 끝에 결국 문을 닫고 속초공설운동장 인근 지하에 있던 옛 다방을 리모델링해 전용연습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예부터 속초시 공유재산이 생겨도 문화예술 공간 조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관변단체 위주로 입주가 허용돼온 게 관례였다. 200~300석 규모의 소극장이 확보되면 연극뿐 아니라 미니콘서트 유치 등으로 시립극단의 자체 임대수입이 되고 연극을 통해 얻는 수익도 시설과 인건비 등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틀을 깨야한다. 무형의 자산을 관광자원화 하는 소프트웨어 시대에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속초연극을 도외시하는 정책이야말로 구태이다. ‘이반’과 ‘최재도’란 명망 있는 극작가가 지역에 살면서 이야기를 생산해내는 이런 좋은 시스템이 어느 곳에 있다는 말인가.
상임과 객원 배우 체제로 운영
전국 14개 국공립 극단 가운데 강원도와 광주광역시를 제외한 12개 극단은 모두 상임배우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관광객을 대상으로 직접 공연을 해야 하는 관광지 특성상 속초시립극단은 최소한의 상임단원을 필요로 한다고 본다.
물론 열악한 재정으로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지만 상설공연 기획 등 필수불가결한 인원은 상임으로 둬야 할 것이다.
강원도립극단 예술부장인 황헌중 씨는 사견임을 전제로 “속초시립극단은 정동극장식 모델로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상임연출가와 상임배우를 연봉제로 두고 객원 배우들과 11개월 단위로 계약해 안정적인 공연”을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전국 관광지, 경주시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매칭사업으로 장기 연극공연을 진행하고 있는데 배우 20~30명이 상주해 연극을 관광문화상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속초시립극단의 경쟁력을 위해 외부로부터 유능한 배우나 연출가를 수혈도 하고 대학로 등의 경쟁력 있는 작품도 유치해 상업적 자립기반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속초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보다 창조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지역경제와 연계하는 것이 향후 관광 제1도시 최고의 가치라고 본다면 연극도시, 속초의 경쟁력을 십분 살리는 정책이 너무나 시급하다.
이수영 속초예총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1991년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씨연대기 공연 모습.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출품작 '카운터포인트' 공연 후 배우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속초연합이 ‘카운터포인트’로 제33회 강원연극제 대상 수상 후 단체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충북 청주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시상식 후 촬영한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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