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거진10리 1반에 거주하는 80대 어르신 부부가 자신들이 그동안 가꿔왔던 옥수수밭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 어르신들은 거진10리 1반을 떠날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가꿔왔던 밭에서 옥수수를 수확하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어르신 부부는 7월 말에 집을 비우기로 했다. 토지주와의 오랜 갈등을 뒤로 하고 마을을 떠나게 된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어르신들은 60년 넘게 살아온 마을에서 쫓겨나는 것을 두고 기자에게 한참 동안 하소연했다. “수십 년간 텃도지를 잘 내고 관리인을 통해 토지주의 허가를 받고 집을 증축했는데 이럴 수 있냐”고 말했다.
거진10리 1반 주민들은 올해 초 토지주와 6월 말까지 마을을 떠나기로 합의했었다. 소송에서 진 후에도 다년간 철거를 반대해온 주민들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거진10리 1반에는 몇 가구가 떠났고 이 어르신 부부처럼 퇴거를 앞둔 이들이 몇 가구 남아 있다.
80대 부부는 “추석이 지난 후 옥수수 옆에 심은 고구마도 수확하고 싶은데……”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60년 넘게 살아온 거진10리 1반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80대 어르신 부부가 지난 12일 자신들이 그동안 가꿔왔던 옥수수밭을 생각에 잠겨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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