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을 맞은 설악동에 예년의 볼 수 없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설악동 숙박업소에 피서객이 아닌 속초 시내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시내 건설현장 근로자들을 상대로 달방(보증금 없이 장기간 숙박요금을 내고 사는 숙박업소) 영업을 하던 해안 쪽 숙박업소들이 피서철을 전후해 여름 장사를 위해 달방 영업을 중단하면서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월세가 저렴한 설악동 숙박업소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수도권 등지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피서객 유치가 여의치 상황에서 달방 영업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자 설악동 숙박업소들간의 ‘달방 고객 모시기’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에 찾은 설악동 C지구 공영주차장 인근 숙박업소들은 달방 영업이 성업 중이었다. 이곳은 지난해 겨울에도 2~3개 숙박업소가 달방 영업을 했던 곳이다.
수도권 등지의 코로나19 여파에다 아직 피서 초기여서 많은 피서객이 설악동 숙박업소를 이용할 시기가 아닌데도 이날 이곳 숙박업소 주차장과 주변 공터에는 많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다. 대충 헤아려 봐도 20대 가량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달방 세입자는 “지난달 초순까지만 해도 시내 해안 쪽 조그만 펜션에 투숙했는데 업주가 여름 장사를 한다며 나가달라고 해서 옮기게 됐다”며 “피서철이라 대부분 방값이 오르는데도 설악동은 상대적으로 싼 편이어서 이곳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조금 떨어진 설악동 C지구 위쪽의 숙박업소들도 달방을 놓고 있었다. 지난해 겨울 건물 외벽과 담장에 ‘빈방 있습니다’라는 안내 간판을 내걸었던 숙박업소에는 이날 많은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바로 인근의 설악산 진입도로 변 달방 영업 숙박업소에도 여러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어, 일반 투숙객 감소로 거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인근의 다른 숙박업소들과 대조를 보였다.
한 주민은 “어떤 숙박업주는 지난해 가을부터 속초 시내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각종 쓰레기들을 치워주면서 달방 고객 모시기에 나서 지금 많은 세입자들이 들어와 설악동 다른 숙박업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했다.
설악동 숙박업소들의 달방 영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수학여행단과 단풍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어 지난해 가을부터 일부 업소들이 영업난 타개를 위해 빈 객실을 월세로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연말 10여 개에 달하던 달방 영업 숙박업소는 이후 생각만큼 큰 이익이 없자 영업을 포기하는 업소가 나오면서 올해 봄철 이후에는 3개 업소로 줄어들었다가 최근 피서철을 전후해 다시 늘어나는 추세이다.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면서 일반 피서객들의 객실 예약도 조금씩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유난히 피서철을 전후해 달방 손님들이 설악동 숙박업소로 몰리고 있다”며 “현재 달방 영업 중인 업소는 C지구 4개, B지구 2~3개 등 7~8개 업소에 달한다”고 했다.
엄 회장은 이어 “지난해 여름에는 코로나 여파로 이용객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그나마 달방 손님이 객실을 채우고 있어 업소들이 한 시름 덜게 됐다”며 “일반 투숙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숙박업소들도 지금은 달방 영업으로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지난 14일 오전 설악동 C지구 달방 영업 숙박단지 주변에 많은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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