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실천이성비판》에서 “너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인 법칙 수립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행동하라.”고 했다. 도덕은 처세의 기술이 아니라 인격의 표현이다. 선은 감정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좋은 것이다. 악으로 나아가려는 정념적 욕망을 제압하고 스스로를 ‘도덕 법칙들 아래에’ 세워야만 인격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이성 능력으로 신의 세계를 알 수는 없지만, 인간의 이성으로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살아있는 동안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신이 있어야 인간은 행복하다”라고 하면서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도덕적이고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고 했다. 즉 ‘도덕성과 행복의 일치’를 위해서는 이를 매개할 제3의 힘이 필요하고 이성을 통해 신의 현존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신약성서》 <빌립보서 4장>에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라는 구절이 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이 어려운 곤경에 처해 있었지만 어떠한 환경이라도 절대자에 대한 믿음으로 적응하고 만족하는 삶의 실천을 보여주고 있다. 《신약성서》 <누가복음 12장>에서 예수가 탐욕의 위험에 대해 사람들에게 “어떤 탐욕에도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유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고 한 것은 현실 속에서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든 인간들이 가진 죄성을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것으로,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맹자》 <진심장구 하편>에서는 “마음을 수양하는 것은 욕심을 적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 그 사람됨이 욕심이 적다면 비록 보존되지 못함이 있더라도 그것은 적을 것이요. 그 사람됨이 욕심이 많다면 비록 보존되는 것이 있더라도 그것은 적을 것이다.”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치학》에서 “재산의 수준을 높이기보다는 욕망의 수준을 낮추도록 노력하는 편이 오히려 낫다”고 한 것은 현실에 안주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회피하고 도피하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욕심을 없애라는 무욕이 아니라 욕심을 적게 하라는, 과욕·탐욕에 대한 절제를 강조하는 것이다. 싯다르타가 부귀영화를 버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 자신을 희생하면서 타인이나 사회에 헌신하는 것은 지나친 이기적인 탐욕에서 벗어난 절제의 미덕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불교는 고통의 원인을 탐욕, 집착에서 찾고 있다. 욕심에는 정진의 마음작용이 일어나게 하는 선욕(善欲)인 건강한 욕망도 있고,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악욕(惡欲)인 병든 욕망인 탐욕도 있다. 탐욕은 바른 노력 없이 쉽게 얻으려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마음작용으로 얻으려고 하지만 가능하지 않은 것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채우지 못해 괴롭게 된다. 어떠한 욕망이든 지나쳐 집착에 가깝거나, 자신만을 위하거나 타인이나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과도한 욕망은 자신과 모두의 불행이 된다. 양심에 움직이는 도덕과 이성으로 지나친 이기적 욕망을 통제하고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일 때 나와 너, 우리 모두가 자유와 평등을 향유할 수 있다. 무엇이 바람직한 삶이고, ‘공동선’인가에 대한 가치관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계속>
이종식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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