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오후 3시 30분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민사법정에서는 지난해 12월, 49년 만에 재심을 통해 다시 무죄를 선고받은 창동호 선원 4명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마지막 변론재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속초 조양동에 사는 피해선원가족 송아무개(67세)씨가 나와 당사자 심문절차에 따라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창동호 선원 가족들의 부친은 지난 1971년 5월 속초 앞바다로 멸치잡이에 함께 나섰다가 북에 강제로 납치되어 1년 동안 억류되었다가 돌아왔다. 그러나 다시 수사기관으로부터 혹독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해 심신이 다 망가졌으며,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수산업법 위반으로 실형까지 살았다. 50년 가까이 시간이 흘러 부친들은 모두 고인이 되었다.
이날 진술에 나선 송아무개씨는 아버지가 납북되었다가 1년 만에 속초항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부둣가로 나갔지만 배가 들어오자마자 바로 연행되어 가는 바람에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돌아온 즉시 바로 속초시청 앞 여인숙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 1주일 만에 면회가 가능해져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여인숙을 찾아가서 처음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때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서 가져갔는데 어머니는 옷을 갈아입는 남편의 몸 곳곳에서 멍자국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아버지는 옥살이를 하고 돌아와서도 수사과정이나 형무소 생활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조사과정에서 많이 맞았다고만 했다.
형을 살고 나온 아버지는 몸과 정신이 정상이 아니었다.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했다. 혼이 나간 것처럼 횡설수설했다. 몸이 많이 말랐고 계속 아팠다. 그리고 술이 아니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루이틀이 아니라 계속 그랬다. 자는 가족들을 깨워서 붙들고는 헛소리를 하시고. 아버지랑 같이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경찰의 감시도 심했다. 당시 영랑동에 사는 송씨의 집은 초가집이었는데, 경찰이 담을 넘어와 살펴보고 가곤 했다. 늘 감시를 받고 있었다. 경찰을 보면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어딘가에 숨으려고 했다.
다른 선원들도 정상이 아니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선장네 집에 갔으니 모셔 오라고 해서 찾아갔더니, 두 분 다 정신없는 소리를 하고 계셨다. 또 다른 선원 아저씨는 술에 취해서 동네방네 고성을 지르고 사람들을 괴롭혀서 동네사람들이 다들 무서워했다. 아버지와 같이 다들 수사기관에 끌려가 맞아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 하셨다. 조사 받는 과정에서 물을 많이 먹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보면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고 들었다. 송씨는 눈물을 머금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송씨는 “아버지는 몸이 망가져 일을 할 수 없어 내가 식모살이를 하고 남동생이 14, 15살 때부터 오징어배를 탔다”고 말했다.
당사자 진술이 거의 끝날 무렵, 원고측 변호사는 “먹고살기 위해 배를 탔다가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를 국가가 보호해 줘야하는데, 오히려 피해자를 고문하고 본인 자식들까지도 힘들게 했다”라며, 송씨에게 “나라가 원망스럽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송씨는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늦게라도 무죄 판결이 나서 한을 조금 풀었다. 아버지가 너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피해 진술이 끝나자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선언하고, 오는 10월 7일을 선고일로 잡고 재판을 마쳤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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