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역사와 행정을 구술로 증언하는 책 한 권이 나왔다. 이 책은 <선국이, 니밖에 없어>(푸른북스 간행)로 이선국 전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이 구술했고 구술생애사가인 정숙희 씨가 370여 쪽의 책으로 정리했다.
‘구술로 보는 지방행정 40년사(1976~2016)’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이 전 소장의 공무원 생활이 중심 내용이다. 구술자가 거진읍사무소 호병계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내무과, 기획실, 문화공보실, 문화관광과, 간성읍장, 죽왕면장 등을 거치며 어떻게 업무를 수행했는지 업무별로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징병제가 농촌에서 작동하는 과정, 1991년 지방자치제의 재개, 참여정부의 복지 확대와 현장 실무 등등 한 공무원의 경험에 근거해 시대의 단면을 돌아볼 수 있다. 책에는 고성군의 조직도가 시기별로 나와 있어 이를 통해 시대의 변화상도 가늠해 볼 수 있다.
40년의 공무원 생활 속에서 구술자 이 전 소장은 “주민을 위한 일은 늘 즐거웠고 주민들이 고마워할 때 보람 있었고 외압으로 일이 성사되지 못할 때는 분노”했다. 책 제목 <선국이, 니밖에 없어>는 주민이 구술자의 업무 수행에 고마움을 표현한 말이다.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기록관리가 체계화된 관계로 현재 과거의 공문서는 미미하게 남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전 소장의 구술이 문자화된 것은 사료로서 큰 가치를 지닌다. 또한 구술 내용이 개인이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일이기에 사료에 생생함을 더한다.
이 책은 구술자의 공무원 생활 외에 아야진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 구술자의 문학 활동 등도 담았다. 이런 소재들은 개인적인 것들이나 시대상이 담겨 있어 미시적으로 우리의 과거를 짚어보게 해준다.
이선국 전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1976년 공직생활을 시작해 2016년 지방부이사관으로 명예퇴직했다. 지난 2012년 <문학청춘>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고 초대 고성문학회장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이성선 시인 등이 참여했던 물소리시낭송회의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이선국 전 고성군 농업기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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