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2리 마을회 응원 현수막 내걸어
최근 간성읍 시가지 끝자락의 현수막 게시대에 “통일 걷기 2021 고성에서 파주까지 DMZ 평화의 길 해설사 박정혜 파이팅”이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현수막을 내건 이들은 탑동2리 마을회이다. 현수막 지정게시대에는 보통 공공기관의 공지나 업체의 광고가 내걸리는데 한 개인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DMZ 평화의 길 해설사 박정혜 씨는 통일부의 주관으로 지난달 15일부터 27일까지 12박 13일 일정으로 개최된 ‘디엠지(DMZ) 평화의 길 통일 걷기 2021’ 행사에 참여했다. 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60여명이 참가해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파주 임진각까지 약 290km를 걸으며 접경지역의 역사와 생태를 배우고 평화통일을 향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통일 걷기’에서는 남북관계·생태·환경 전문가가 6회의 특강을 펼치고 참가자들이 조별 토론도 하는 등 평화와 통일에 대한 깊이 있는 교육의 장도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하루에 길게는 30km 가까이 걷고 1박을 제외하고 노숙을 하면서 고된 일정을 보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일부 구간에 참여해 노숙을 하고 식사를 위해 줄을 서는 등 참여자들과 일정을 함께 하며 통일에 대한 진솔한 의견을 나눴다.
박정혜 해설사는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6월 초부터 개인 훈련을 했다고 한다. 혹시나 걷다가 힘들어 행사 참여에 차질이 있을까 싶어 매일 20km씩 걸었다. 훈련 덕분인지 박 씨는 무사히 ‘통일 걷기’를 마무리했다. 행사가 끝난 지 10일 후쯤 만난 박 씨의 표정에는 ‘통일 걷기’의 여운이 가득했다.
경남 창원 출신인 박정혜 해설사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간성읍 어천리 출신인 남편과 함께 지난 2015년에 간성읍 탑동2리로 이사 오면서 고성군민이 됐다. 고성에서는 원래 임업후계자로서 임업에 종사하려고 했으나 숲해설가, 숲길등산지도사, 유아숲지도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2018년부터 숲해설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DMZ 평화의 길 해설사를 선발한다는 공고를 보고 ‘바로 이거다’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고, 2019년 4월부터 DMZ 평화의 길 해설사로 일하게 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 씨의 DMZ 평화의 길 해설사 활동은 장기간 중단된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2019년 10월부터 DMZ 평화의 길 운영이 중지된 이후 해설사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DMZ 평화의 길 해설사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난감한 일을 몇 차례 겪었다. DMZ 평화의 길에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평화통일에 관해 설명하다 보면 가끔 연세가 지긋한 이들이 “네가 꿈꾸는 통일은 절대 오지 않는다”면서 박정혜 해설사에게 따지기도 했다. 그럴 때면 박 해설사는 남남갈등이 거칠게 표출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평화와 통일은 지역경제와도 밀접”
이번 통일부 행사는 그런 박 해설사에게 일종의 치유제가 됐다. 전국에서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응원하며 각자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함께 다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이 서로를 인정하고 소통하고 교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없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어서 재개되고 북의 여성과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박 씨는 평화와 통일이 지역 경제와도 밀접하다고 역설했다.
“속초는 관광도시로서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바로 위에 있는 고성은 인지도가 낮은 게 안타깝습니다. 고성이 지역적 특수성을 잘 활용하고 고성에서 평화가 중심이 된 관광투자가 이뤄진다면 평화를 매개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겁니다.”
고성군에 따르면 DMZ 평화의 길은 올해 8월 15일에 다시 열릴 예정이다. 박정혜 해설사가 10여 일간의 특별한 경험을 한 만큼 더욱 값진 해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6월에 진행된 통일 걷기 행사를 포함해 장기 노선 3회, 단기 노선 7회 등 올해 총 10회의 ‘DMZ 평화의 길 통일 걷기’ 사업을 운영한다. 참가 신청은 국립통일교육원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박정혜 DMZ 평화의 길 해설사.
박정혜 DMZ 평화의 길 해설사가 ‘DMZ 평화의 길 통일 걷기 행사’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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