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톡! 까톡!’
디지털 방식보다 아날로그 스타일인 나를 참으로 당혹하게 만들거나 화가 나게 만드는 핸드폰 소음공해였다. 단체 카톡방이나 문자는 나에게도 아주 유용한 디지털 소통방식이다. 그러나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알림 소리는 공해를 넘어 때론 짜증유발자 수준이었다. 다행히 지인이 알림소리를 죽이는 방법을 알려 줘 지금은 그 짜증 유발 소음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쩔 수 없이 열어 보아야만 하는 단체 카톡방에 또 다른 짜증 유발자가 있다. 모임의 성격과 관계없이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쓸데없는 동영상과 가짜 뉴스 퍼 나르기다. 글이나 동영상을 올리시는 분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중요한 공지 사항을 전달해야 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때론 그 많은 자료들이 그저 성가신(?) 계륵일 뿐이다.
이 책은 그림책이 아니라 삽화가 많이 들어간 동화책이다. 아이들만 읽어야 할 동화가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꼭 같이 보았으면 하는 동화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태준이도 장래 희망이 진실하고 올바른 기자가 꿈인 아이다. 친구의 전학으로 학급 뉴스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지만 아이들은 태준이의 기사가 시시하고 재미없다며 혹평 일색이다. 결국 태준이도 조회 수와 댓글 반응 때문에 가짜 뉴스를 블로그에 올리게 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한 학교이고 한 반의 이야기지만, 다시 생각하면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 어른의 모습과 하나 다를 것 없다. 책임감 없이 그저 대중이 원하고 듣고 싶어 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버무린 가짜 뉴스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어린이의 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모 방송국의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 코너에 ‘팩트 체크’ 코너가 있다. 정치판에서 벌어진 말의 잔치에서, 보도된 다른 뉴스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슈가 되는 자료를 가지고 진실여부를 따져 보는 프로그램이다. 공영 방송에서조차 검증 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세상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지금 우리는 정말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텔레비전 뉴스, 시사프로그램, 신문 기사, 인터넷 기사, 유튜브 방송과 같은 1인 방송, 개인들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
걸러지지 않은 날것의 정보는 물론, 심지어는 왜곡되고 편집된 정보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우리의 판단을 어렵게 하는 것을 넘어서 거짓을 진실로 맹신하는 ‘편집확증 현상’까지 만들어 낸다. 미디어에 올라온 뉴스를 보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생각해보기 전에 자신의 입맛에 맞으면 ‘좋아요’를 누르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온갖 부정적 단어로 댓글 란을 도배하는 현실을 보면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다. 자신의 감정 충족을 위해서, 때로는 돈벌이 수단으로 자극적이고 왜곡된 정보를 책임감 없이 양산하는 우리 어른들을 보며 자란 아이들이 결국은 이 책의 주인공인 태준이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말고’ 라는 식으로 검증되지 않고 노출된 가짜 뉴스 때문에 평생을 마음의 병을 앓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댓글 하나 때문에 자신의 소중한 목숨조차 가벼이 여기는 세상에서 우리 어른들은 이 책을 통해 진실의 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때이다.
또한 내가 재미로 퍼 나른 가짜 뉴스 하나가 때로는 다른 이에게 끝내 헤어 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냉정하게 생각해보야 할 때이다.
‘팩트 체크’ 하셨습니까?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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