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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 연재기획 ‘설악권 지역색깔을 찾아서’<5>
새쪽과 샛바람, 원산내기, 설악산내기…우리 지역 바닷가 말의 방위와 바람
등록날짜 [ 2021년06월21일 13시41분 ]

동해안 일대 바닷가 사람들이 쓰는 말 중에는 날씨와 바람에 관한 말들이 많다. 지금 보통은 동서남북 방위를 한자어로 쓰고 있지만, 바닷가 사람들의 말에는 방위를 표현하는 순수 우리말이 남아 있다. 지금도 쓰고 있는 순 우리말은 소중한 보물이다. 

새쪽은 동쪽이 아니라 북쪽이다
표준말로 ‘새쪽’이라 하면 ‘동쪽’을 뜻한다. 그러나 우리 지역을 비롯한 동해안 바닷가 일대에서는 대체로 ‘새쪽’은 ‘북쪽’을 의미하고, ‘샛바람’은 ‘북풍’이나 ‘북동풍’을 뜻한다. 필자를 비롯해 새쪽은 동쪽이라고 배웠던 세대로서는 참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 2010년 이후 실시한 동해안 어촌 생활언어 조사에서도 어김없이 확인되며, 현재 수산업에 종사하는 분들로부터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이렇게 새쪽을 북쪽 또는 북동쪽으로 보면, 속초의 옛 마을 이름도 뜻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속초등대 서편 언덕을 사이에 두고 남쪽은 동명동 마짝마을, 북쪽은 영랑동 새짝마을이라고 한다. 1990년 속초문화원이 발간한 <속초의 지명>에는 마짝마을은 ‘마짜개’라 부르는 남쪽마을, 새짝마을은 ‘삽짜개’라 부르는 동쪽마을로 나온다. 
그러나 새쪽을 북쪽으로 보면, 새짝마을인 삽짜개는 ‘북쪽마을’이 된다. 언덕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을 구분해 남쪽은 마짜개, 북쪽은 삽짜개라고 부른 건 아닌가 싶다. ‘개’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대포동 외옹치마을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책에는 외옹치 언덕 남쪽 마을을 마짝말, 언덕 동쪽 마을을 새짝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새쪽을 북쪽으로 보면, 언덕을 사이에 두고 남쪽마을과 북쪽마을로 구분이 된다. 새짝말은 동쪽마을이 아니라 북쪽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샛바람은 북풍이나 북동풍 뜻해
이러한 방위 개념은 바람의 방향에서 잘 드러난다. 표준말에는 샛바람은 동풍, 갈바람과 하늬바람은 서풍, 마파람은 남풍, 된바람은 북풍, 북동풍은 높새바람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을 비롯한 동해안 일대에서 샛바람은 동풍이 아니라, 북풍 또는 북동풍을 의미한다. 1991년 발간된 <속초시지>에 실린 ‘속초의 방언’에서 저자 민현식 강릉대 교수는 ‘샛바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바람 명칭에 있어 서해안 등 전국적으로 대개 동풍을 뜻하는 ‘샛바람’이 도문동과 같은 농촌에서는 동풍이라 하나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진 물치, 대포동 지역 어촌에서는 북풍이나 북동풍을 뜻하는 것도 흥미롭다.


샛바람이 불면 날이 흐려 비가 오거나 풍랑이 크게 일어난다. 반면 어장에 고기를 많이 몰고 오는 바람이기도 하다. 이 샛바람을 바닷가 사람들은 북풍이라고 한다. 그런데 양양 김동일씨는 “보통 뱃사람들이 북쪽이라 지칭하는 방위는 사실상 북동쪽에 해당해 샛바람이라면 북풍이나 북동풍을 의미하는 걸로 봐야한다”라고 한다. 갑자기 강한 샛바람이 부는 것을 ‘급새가 터졌다’라고 하며, 돌풍같이 불어오는 거친 샛바람을 ‘도샛바람’이라고 한다. 지금 속초·고성·양양만이 아니라 강릉과 삼척을 비롯한 동해안 바닷가에서도 북풍 또는 북동풍을 ‘샛바람’이라고 부른다. 
1991년 발간된 <속초시지>를 보면, 우리지역 바닷가에서는 동쪽에서 부는 약한 바람은 ‘들어온다’는 뜻으로 ‘들바람’, 해일을 동반한 강한 바람은 ‘서마바람’이라고 불렀다. ‘서마’란 새쪽을 의미하는 ‘새’가 변한 것으로 보이는데, ‘서마’라면 엄밀하게 남동쪽을 가르킨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서풍을 ‘내바람’이라고도 하는데, ‘내불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바다로 내부는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서풍을 뜻하는 하늬바람이 불어야 명태가 잘 마른다고 했다. 바다를 건너와 물기를 많이 머금은 샛바람은 눈비를 부르거나 풍랑이 크게 일게 되어 조업을 방해하는 위험한 바람이고, 산을 타고 넘어온 하늬바람은 고온건조해서 명태 말리기에 좋은 바람이다. 
북동풍을 샛바람으로 부르기 때문인지, 우리 지역 바닷가에서는 북동풍을 뜻하는 높새바람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높새바람이라면 ‘주로 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산맥을 넘어 영서 지방으로 부는 고온 건조한 바람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바람’으로, 높새는 북동쪽을 의미한다. 이 북동풍을 영서지방에서는 높새바람이라고 부르지만, 동해안 일대에서는 ‘샛바람’이라고 부르는 것도 한 특색이다. 

 

무서운 바람, 원산내기와 설악산내기
1992년 속초문화원이 발간한 <속초의 민속>에 나오는 속초민요 ‘속초뱃소리’에는 ‘원산내기’와 ‘설악산내기’가 나온다. 

 “원산내기 찬바람은 / 취한 술이 절로 깬다 / 설악산내기 찬바람은 / 손발 시려서 못살겠네”

 우리 지역 바닷가에서는 북서풍을 원산내기 또는 온산내기, 뒷새바람이라고 불렀다. 원산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뜻인데, 속초에서 원산은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뱃사람들은 한겨울 매서운 북서풍인 ‘원산내기’가 바람 중에 가장 무서운 바람이라고 한다. 원산내기가 한번 불었다 하면 파도가 산 같이 일어난다고 했다. 
 속초지역에서 ‘설악산내기’는 강한 하늬바람, 서풍을 뜻한다. 그냥 서풍은 하누바람, 하늘바람, 내바람이라고 하고, 강한 서풍은 특별히 지명을 붙여 ‘설악산내기’로 부른 것이다.  
 그런데 강릉과 삼척 바닷가지역에서는 속초의 원산내기와 같은 의미로 북서풍을 설악산내기, 설악산메기, 설악산바람이라고 부른다. 그 지역에서는 설악산이 북서쪽에 해당된다. 반면 2021년 발간된 <말모이,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에는 강원도 정선지방에서 쓰는 ‘금강산내기’라는 바람이 나온다. 북쪽과 서북쪽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북북서풍이라고 풀었는데, 정선에서는 금강산 일대가 북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북서풍를 지역에 따라 원산내기, 설악산내기, 금강산내기로 다르게 부른 것이다. 
 북한의 강원도 말에는 ‘금강내기’라고 있다. 고성 금강산 일대에서 높은 산을 넘어 산비탈을 따라 강하게 내리 부는 덥고 건조한 바람이다. 우리 지역 봄철에 부는 ‘양간지풍’과 같은 바람인데, 바람 방향을 보면 속초에서 쓰는 ‘설악산내기’와 같다. 
 ‘내기’란 사람 이름 뒤에 붙어 어느 곳 출신을 뜻하기도 하지만, 바람이름에도 붙는다. ‘내기’가 붙는 바람은 약한 바람이 아니라 거칠고 센 바람을 뜻한다. 
 한겨울에 부는 매서운 북서풍 원산내기, 너울성 파도를 동반하는 서마바람 등은 종종 큰 해난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래서 속초 바닷가에서도 예전에는 2월 초하룻날을 ‘바람님날’ 또는 ‘영등할머니날’이라고 해서, 영등신을 모시는 풍습이 있다. 이날이 되면 배 선주들은 해가 뜨기 전에 배에다 제물을 차려놓고 한 해의 안전조업을 빌었다. 
 1982년 발간된 속초고 교지에는 동쪽이나 서쪽 하늘에 먹구름이 꽉 몰린 상태를 뜻하는 ‘대미’, 눈발이 날리는 것을 ‘눈갈기’, 안개는 ‘운해’라는 말도 나온다. 우리 지역에서는 샛바람이 불고 동북쪽 하늘에 먹구름이 꽉 몰려 있는 ‘대미’가 보이면 어김없이 눈비가 많이 온다. 샛바람의 영향으로 해마다 2,3월이면 영동지방에 2,3일간 그치지 않고 큰 눈이 내리기도 한다. 
 1997년 속초문화원에서 발간한 <속초시어로민속지(장정룡 저)>에는 바람과 관련해 속초 바닷가마을에서 쓰는 속설이 다수 나온다. 

 

“설악산에서 흰구름이 아래로 띠로 나가면 마바람이 분다.”
“새벽에 설악산 구름이 한 일자로 가면 큰 바람이 다섯 시간 안에 불게 된다.”
“원산내기 뒤웅새 바람이 가장 나쁘다.”
“설악산내기 바람이 제일 무섭다.”
“동풍이 불면 도르매기(도루묵)가 많이 난다.”
“여름에 하늬바람이 불면 고기가 쓸하다(덜난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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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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