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진나라가 중국천하를 통일하는 데 일조했던 한비자가 쓴 책 <한비자>의 난세 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옛날에 왕량이라는 훌륭한 마부가 있었다. 이 사람은 말을 잘 조련해서 하루에 천리를 가게 만든다. 그런데 왕량 같은 마부도, 천리 길을 가는 준마도 천년에 한 번씩 나올까 말까 하다. 그럼 우리는 왕량 같은 마부, 천리 가는 준마가 나타나길 기다려야 할까? 만일 50리마다 말을 바꿔 탈 수 있는 정거장을 만들어 놓고 보통 사람이 평범한 말을 가지고 천리 길을 갈 수 있다면 우리가 왕량이나 준마를 기대할 필요가 있을까?’
또, 한비자는 요·순 같은 성군은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고 보통은 그저 그런 평범한 왕들이 나온다고 한다. 한 나라를 이끄는 지배자가 존경받는 성군이어서 우리를 태평성대의 시대로 이끌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때때로 한 나라를 패망으로 이끌 정도의 폭군을 만나 피폐한 삶을 살기도 한다. 왕조시대에는 백성들이 왕을 직접 선택할 수 없기에 성군 시대에 사는지 폭군을 모시는지는 전적으로 왕의 인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50리마다 정거장을 만들고 정거장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감시해서 보통의 말로도 천리를 가게 만드는 것이, 천년마다 요·순 같은 성군이 나타나 태평성대의 시대에 살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지배자가 규정과 절차에 의해서 나라를 다스리도록 하는 것이 성군 못지않은 효과를 낼 수 있고 또한 폭군을 방지하는 길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다수가 지배하는 민주주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보통의 말로도 천리를 갈 수 있고 평범한 인물도 성군시대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그 장치가 바로 선거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정치인들이 잘하고 있는지, 우리가 만든 절차와 규정이라는 정치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감시 잘 하는 게 현대사회를 사는 올바른 민주시민일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대한민국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 휘몰아칠 것이다. 지난 선거에 여러분들이 선택한 정치인들이 현명한 선택의 결과물인지 또 한 번 검증받을 시기가 서서히 오고 있다.
장두성
양양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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