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신인류가 등장했다. 백세인간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에렉투스’는 살면서 여기저기서 들어봤어도 ‘호모 헌드레드’는 생소하다. 인류를 뜻하는 호모(Homo)와 100(Hundred)을 합해서 만든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마치 지나치게 이기적인 현대인을 경제적 인간 ‘호모 이코노미쿠스’라고 새롭게 이름붙인 것과 비슷하다.
‘호모 헌드레드’라는 용어는 2009년 유엔 ‘세계인구 고령화’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지난주 한국의 유명한 ‘호모 헌드레드’를 만났다. 백세 철학자 송촌(松村) 김형석 교수를 책을 통해 만났다. 박진호 한의사의 신간서적 <김형석 교수의 백세 건강>이다. 저자는 유달리 허약한 체질을 타고 났던 송촌이 어떻게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의미 있는 장수의 삶을 누리고 있는지, 그 백세 건강의 비결을 연구했다. 저자는 언급하기를 “HOW TO가 아니라, 인격을 갖춘 인간이 되기를 추구하며 실천하는” 기독교적 인생관이라 했다.
송촌 스스로도 “오래 사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어릴 때 자주 혼절했다 의식을 찾고 눈을 뜨면 자신의 얼굴은 어머니의 눈물로 젖어있었고, 그래서 어머니는 송촌이 20살까지 사는 것이 간절한 기도였다. 비로소 80이 되어서야 다른 사람보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단다. 놀랍게도 백세가 되도록 아직 한 번도 종합검진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
가정의 달을 지나면서 백세 어르신을 섬기는 가정의 축복을 생각한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제5계명에는 약속이 있다.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는 복이다. ‘은혜의 샘터’ 5월호의 ‘부모에게 순종하라’는 글을 소개한다. 부친(父親)과 모친(母親)의 어버이 친(親)자를 파자(破字)하여 살펴보면, 지게지고 나무를 팔러 장에 간 아들을 기다리는 늙은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있다. 저녁밥을 지어놓고 해질녘까지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언덕 위 나무(木)에 올라(立) 멀리 바라보는(見) 모습이다. 마침내 돌아온 아들은 어머니 모습이 송구하여 어머니를 업어서 집에 모셨다는 뜻으로, 늙을 노(老)자 밑에 아들 자(子)자가 합쳐져 효도 효(孝)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 싸늘하게 21세기 오늘의 현실에 대입하면 쉽지 않은 예화가 된다. 우선 부모님이 백세면 아들은 팔십이니 뜻글자대로 부모님을 업어서 모시기에 힘겹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 혹시 노인전용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하면 모를까 일상에 바쁜 손주손녀가 대신할 상황도 못된다. 흔한 자가용도 대안이 되지 못하는 것이 젊은이는 수도권에만 있고, 지방 시·군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이다. 필자는 백세 인간 ‘호모 헌드레드’ 시대에 대한 준비를 말하고 싶다.
2021년 현재 통계청 국가지표체계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853만 명이고, 독거노인가구수는 167만 가구로 독거노인비율이 19.6%이다. 2000년 16%, 2010년 18.5%에 비해 상당 폭 증가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국내 100세 이상 인구는 5배 증가해 2만 명을 넘어섰다. ‘호모 헌드레드’의 증가속도가 가히 놀랍다. 그 가운데 송촌처럼 백세가 넘도록 책을 집필하고, 강의도 하는 생산적 활동으로 스스로 수입창출이 가능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료 산정과정에서 파악한 100세 이상 노인 4,753명 가운데 4706명(99%)의 재산은 1인당 평균 480만 원이며, 그마저도 4097명(86.2%)은 재산이 0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백세노인 대부분의 생계가 막막하다. 처음 시작한 2004년과 달리 최근 수년간 노인돌봄과 노인일자리 복지예산이 대폭 늘었다. 이에 따른 개선의 필요성도 보인다. 우선 급한 대로 노인일자리가 정보싸움이 되었다. 노인일자리에 관한 정보획득이 어려운 빈곤층 노인은 무슨 일자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반면, 인터넷의 정보격차가 없는 은퇴자와 연금수혜자 노인들은 먼저 알고 용돈벌이로 몰려드니 이런 현상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백세시대 노인복지정책 이대로 괜찮은지 전반적인 재점검이 절실한 때이다.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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