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간성읍 시가지에는 제비들이 낮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혹자는 과학 상식에 근거해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내릴 거라고 짐작하겠지만, 제비가 요즘 간성읍 시가지를 낮게 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제비들이 낮게 날다가 한 가게의 접이식 차양 안으로 파고든다. 제비가 들어간 곳을 따라가 보면 차양이 접힌 뼈대에 제비 둥지가 보인다. 가게 앞 차양에 둥지가 있으리라고 상상하기 어려워서인지 차양 아래에 지어진 둥지를 본 사람들이 놀라는 표정을 짓곤 한다. 둥지에서는 몇 마리의 어린 새가 고개를 내밀고 지저귀고 있다. 어린 새들이 하나의 둥지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재잘거리며 부리를 움직이자 그 귀여운 모습을 구경하는 이들은 감동 어린 표정을 지었다.
행인들이 가게 차양에 둥지를 튼 제비를 보면서 신기해하자 가게의 주인이 나와 제비 둥지를 구경하는 사람들과 정다운 어조로 담소를 나눴다. 가게 주인의 설명에 따르면 10여 년 전부터 해마다 봄이면 제비가 이 가게의 차양에 둥지를 지어 새끼들을 키우다가 6월에 떠난다고 한다. 가게 주인과 얘기를 나눠 보니 그의 제비 사랑이 남다르다. 가게 주인은 제비들이 정성스럽게 지어놓은 둥지가 부서질까 봐 제비들이 머무르는 동안에는 차양을 펴지 않고 지낸다고 한다. 6월에 제비들이 떠나면 비로소 제비 둥지를 떼어내고 차양을 펼친다. 햇빛이 너무 강한 날이면 아직 어린 제비들을 위해 둥지가 있는 차양 위에 바가지를 올려 둬서 새들이 더위를 타지 않도록 하고 있다.
간성읍 시가지에서 제비가 둥지를 지은 가게는 이 가게 말고도 여러 군데 있다. 간성시장 안에도 제비집이 있고 심지어 제비 둥지가 세 개나 되는 가게도 있다. 제비 둥지는 주로 오래된 가게에서 관찰된다. 신축 건물이나 외부를 새롭게 단장한 곳에서는 제비집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인테리어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는 한 가게에는 둥지를 떼어낸 흔적이 남아 있다. 상점 주인들의 말에 따르면 한번 지어진 제비 둥지를 떼지 않고 그대로 두면 그다음 해에 제비들이 그 둥지에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간성읍 시가지에서 보이는 제비들은 인간을 그리 두려워하지 않는 듯하다. 둥지는 기껏해야 사람들이 팔을 뻗으면 닿을 높이에 지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 제비들은 사람들 앞에서 어린 새끼들을 보듬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제비가 인간의 관심에 심통이 난 듯한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누군가가 제비집을 가까이에서 구경하자 제비는 빠른 속도로 자기 집으로 들어가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제비들은 인간들과 공존하면서 인간의 문명 속에서 희생되기도 한다. 한 가게의 점원은 “새끼 제비들이 가끔 둥지에서 떨어져 죽어 있는 것을 보거나 어린 새들이 낮은 높이에서 비행 연습을 하다가 차에 부딪혀 죽은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차양 아래에 제비가 둥지를 지은 상점에서는 가게와 제비집이 동시에 철거를 앞두고 있다. 가게 주인은 “이 자리에서 30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지만, 내년이면 건물이 헐릴 예정이라 가게를 비워줘야 한다”며 “앞으로 둥지를 짓기 위해 찾아오는 제비를 보지 못하게 돼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고성군과 지역 주민들이 제비와 공존하는 방식을 다듬어간다면 간성읍 상가가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간성읍 한 가게에 지어진 제비 둥지.
가게 주인이 행인들과 제비 둥지를 보면서 행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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