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간성시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인의 발 빠른 신고와 소방서의 신속한 진화로 다행히 큰 불로 번지진 않았고, 조리 공간 일부만 소실됐다.
화재에 놀라 가슴을 쓸어내린 주인은 디딤돌 식당의 이은진(54) 대표다. 그는 불운이 계속해서 다가와도 망연자실할 틈도 없다. 얼마 전에 문을 연 디딤돌도시락을 기다리는 손님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새로운 출발>
이은진 대표의 불운을 거슬러보면 말문이 막힐 정도다. 지난 2월 구정연휴 때 외부에서 온 손님에게 코로나19가 감염됐다. 불운의 시작점이다.
그는 자가격리 중에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고, 심한 고열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폐 손상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생명이 위급해지자 입원 3일 만에 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집중치료 한 달 만에 퇴원했지만 후유증도 따라 왔다. 뼈마디가 저리고 온 몸이 쑤셨지만 먹고 사는 걱정에 한 숨만 쉴 수 없어 뒤뚱거리며 가게로 나갔다.
손바닥만 한 동네에 온갖 소문이 퍼져 있어 절간과 다름없었다. 닷새 동안 수입이 한 푼도 없었다. 몹쓸 생각과 떠나야겠다는 마음까지 들었지만 다시 마음을 조였다.
찾아오는 주점에서 찾아가는 도시락사업으로 생각을 바꿨다. 가게 상호도 디딤돌에서 마녀포차와 마녀도시락으로 변경했다. 디딤돌을 방문했다 감염됐거나 자가격리된 분들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몸에 좋은 식단으로 구성했고 가격도 착한가격인 6천원으로 정했다. 입소문을 듣고 주문이 밀려들었고,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온 한 달이었다.
<불운 끝에 행운은 올까>
꼭 한 달 만에 화마가 지나갔다.
도시락 배달이 밀려 서두른 탓에 기름솥에 켜 놓은 불을 미처 끄지 못했다. 가게 안은 시커먼 연기로 가득 찼고 주방은 시뻘건 불구덩이로 변하기 직전이었다. 발 빠른 신고와 소방서의 신속한 진화로 주방 일부만 소실돼 다행이었지만 속은 시커멓게 변했다.
이은진 대표는 한숨을 뒤로 하고 눈물도 멀리 보내고 하늘을 쳐다보며 맹세한다.
“다시 시작할거야”, 그리고 “보답할거야.”
그는 맹세와 함께 주변에서 도와준 분들과 피해를 입은 분들께 보답을 하기 위해서 정성을 담은 성금을 모으기 위해 오늘도 도시락을 싼다.
이동균
간성읍번영회장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