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에 사람이 늙으면 산채로 내다버린다는 고려장은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해 한 번 생각해볼 이야기가 있다. 어떤 대신의 어머니가 늙어 고려장을 해야만 했지만 차마 노모를 버릴 수 없어 고려장을 한다는 소문만 낸 후 몰래 벽장 속에 숨기고 모셨다. 그러던 중 중국에서 사신을 보내와 고려에 인재가 얼마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똑같이 생긴 두 마리 말 중 어미와 새끼를 구별하기, 나무토막의 위아래 구별하기, 코끼리 무게 알기에 대한 해답을 요구하며 맞히지 못하면 엄청난 조공(朝貢)을 요구하겠다고 위협했다.
모든 대신들이 이 문제가 어려워 풀지 못하고 집에 귀가하여 고민하던 중 벽장속의 어머니가 고민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간단하게 연륜에 의한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다. 두 마리의 말에게 똑같이 먹이를 주어 먼저 먹는 것이 새끼이고, 나무토막을 물에 담그면 윗부분이 물에 뜬다. 그리고 물 위의 배에다 코끼리를 태워 금이 진 곳을 표시하고 코끼리를 내리게 한 후 금이 진 곳까지 돌을 실은 후 돌의 무게를 달면 코끼리의 무게를 알 수 있다고 태연히 답을 일러주었다.
어머니 덕분으로 국난을 물리친 대신에게 임금은 큰 상을 내리기 위해 소원을 말하라 했다. 대신의 고려장 불이행에 대한 이실직고에 임금은 고려장의 폐지를 명하니 그 이후 고려장 제도가 없어졌다는 이야기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어른들을 존중하고 경륜에 대한 지혜를 이야기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요즘 속초시와 속초시의회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로, 갈등의 반목으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거래질서를 바로잡고 정의와 공정을 실천에 옮겨야 할 사람들이 속초시의 편성권자이고, 속초시의회 의결권자들이다. 사업을 시행하기 전 집행부에서는 동의의결에 대한 가부(可·不) 심의는 꼭 받아야하는 절차이고 충족사안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사안의 사후의결은 이해충돌의 원인이며 주민들의 저항으로 법적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또한 구상권 청구로 담당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이 집행부나 의결기관에서 그 절차에 대한 부분을 충분하고 신중히 논의하고 법률검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나 절차를 놓치게 되면 시민들만 힘들게 하는 꼴이 되고 만다.
민간사업자가 건물을 신축 후 20년 동안 시설을 운영하고 시에 기부채납 하는 내용의 속초해수욕장내 관광테마시설사업과 영랑호수를 가로지르는 부교와 야외체험학습장을 조성하는 사업인 영랑호생태탐방로사업이 공유재산관리안으로 사후의결 처리한 사안이 그렇고, 동서고속철역사문제가 그렇다. 이 세 가지 사업은 속초시민 간 편 가르기와 민민 갈등의 요인이 되었고 지금도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인 것이다.
진행하고자 하는 사업에 있어서 시민들께서 생각하는 상식선이 있다. 투명성 없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사업은 결국에는 이렇듯 갈등의 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
실수한 것과 잘못한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일하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실수이건 잘못이건 일방통행이 아닌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협의와 소통이 선행된다면 얽힌 실타래 풀리듯 쉽게 풀릴 수 있는 것이다.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 최소한의 행정절차에 밀어붙이기식 일방통행이 아니라 속초시와 의회가 해결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모습을 시민들은 기대하는 것이다.
의회의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기초의원 공천권 배제를 통해 다음 선거 공천관계로 눈치보기식 정당정치의 패권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의회의 순기능대로 견제와 감시로 합리적인 지역발전이라는 명제로 의원 간 상생의 노력과 속초 특성을 고려한 발전계획을 대의기관으로서 시민과 함께 논의하며 본연의 책무와 역사적 사명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일을 좀 더 효율적이고 바르게 처리하려고 그 방면의 전문가들이나 선배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을 자문이라 한다. 자신이 절대 부족해서 자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화합과 소통의 모습을 보이기 위함이고 그 분들의 지혜를 통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함이다.
속초시에는 원로회·의정회·행정동우회 등이 운영되고 있다. 회원님들의 면면을 보면 다들 기관장 출신들이시며 연륜과 경륜이 뛰어난 분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한 분 한 분이 도서관만큼의 지혜로움을 겸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역에서 풀리지 않는 해결책들을 선배위원님들께 고견을 듣는 것도 시민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제언해 보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우리이며 시민 한사람이라도 행복한 도시가 되길 기대한다.
김진기
전 속초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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