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거진읍 봉평리에서 복령버섯을 전문으로 재배하는 ‘달홀’의 박미옥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복령버섯 재배에 매달렸다. 몇 년 동안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적자는 커졌지만, 박 대표는 마치 복령버섯에 홀린 사람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복령버섯의 대량 재배를 성공시키기 위해 매진했다. 다년간의 노력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었고, 올해 들어 박 대표는 복령버섯 대량 재배의 성공을 확신하게 됐다.
수도권에서 부동산업에 종사하던 박미옥 대표는 2013년 행복한 귀촌 생활을 꿈꾸며 고성으로 왔다. 고성에서 처음부터 복령버섯을 재배할 생각은 없었다. 자연식을 좋아하던 그는 가족과 함께 먹을 생각으로 복령버섯을 키우기 시작했다. 지인인 강원도 산림과학연구원 최종운 박사가 직접 개발한 복령버섯 종균을 주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복령버섯의 사업성이 박 대표의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실험처럼 고성 곳곳서 재배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복령 생산에 뛰어들면서 가족과 지인들에게 함께 복령 재배에 나설 것을 권했다. 이렇게 해서 박 대표의 딸 이희란 씨가 20대의 젊은 나이에 동참했고, 지인과 지역주민들도 복령 생산에 함께하게 됐다.
박 대표의 복령 재배는 마치 거대한 실험처럼 고성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박 대표는 여기저기 땅을 빌려 사계절 내내 복령을 심었다. 한겨울에 땅이 얼어 굴착기가 땅을 파지 못하는 기간을 빼고는 복령 심기는 계속됐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복령을 심어야 복령이 잘 자라는지 몰라 이렇게 한 것이다.
박 대표는 2016년에 복령 생산에 관한 특허권을 얻었지만, 정작 재배는 상업적인 판매가 가능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그야말로 몇 년간 실패의 연속이었다. 함께 복령을 심는 이들은 여름에는 화상, 겨울에는 동상으로 고생하면서 계속된 실패를 감내했다. 복령을 심었던 토지의 주인이 땅을 비워달라고 재촉해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복령 생산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대량생산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고, 올해 복령이 대량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박 대표는 성공을 확신했다. 다년간의 거대한 실험은 복령버섯이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알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고 박 대표는 이제 자신만의 비법을 확실하게 정립했다. 박 대표는 “올해 복령이 너무 많이 자라나서 고민”이라고 했다. 복령은 햇빛에 노출되면 터지기에 흙으로 덮어주거나 수확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인력을 고용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하지 못하고 있는 정도이다.
판로 확보 과제…“화장품·식품에도 활용”
대량생산은 성공했지만, 박 대표가 갈 길은 아직도 멀다. 판로 확보라는 중요한 문제가 남았다. 복령 판매를 위해 현재 제약회사 등과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복령이 제약분야뿐만 아니라 화장품이나 식품 제조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복령 가루는 떡, 국수, 고추장, 된장, 막걸리 등 다방면에 활용될 수 있다. 박 대표는 현재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러한 무궁무진한 활용성으로 인해 희망찬 내일을 그리고 있다. 또한 박 대표는 지역 발전의 매개로서 복령 생산에 사명감을 느낀다.
“현재 중국산 복령이 복령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요. 저는 국내산 복령 생산으로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싶어요. 많은 이들이 얘기하듯이 고성에는 대표 작물이 뚜렷하지 않은데 저는 ‘복령은 고성’이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복령 생산에 관심을 보여준 고성군에 고마움을 느끼며 지역에 복령 생산 기술을 보급해 고성이 복령 생산의 중심지로 거듭나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달홀’ 박미옥 대표.
소나무 토막에 복령 종균을 심는 모습.
최근 함명준 군수가 복령 대량생산을 축하하기 위해 박 대표를 방문했다. (사진 : 함명준 군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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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령버섯’은… 항암물질 함유한 전통 한약재
국내 한약재 시장 상위 10개 품목 중 하나
중국산이 잠식…고성군, 복령 산업 육성 모색
복령버섯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것으로 크기와 형태가 일정하지 않으나 대체로 공 모양 혹은 타원형을 띠며 크기는 10~30cm 정도이다. 표면은 적갈색 또는 흑갈색이고 내부의 과육은 흰색이며 맛은 담백하거나 약간 달다.
복령은 예부터 얇게 자른 형태로 한약재로 쓰이고 있다. 한방에서는 복령버섯이 이뇨 작용을 하고 소화 기능을 튼튼하게 하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본다. 또한 혈관질환을 예방하고 당뇨병을 개선하며 간 기능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에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성균관대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한 후, 복령의 균핵에서 폐 선암 세포의 증식을 막는 항암물질을 발견하고 약리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복령은 다년간 국내 한약재 시장 내 상위 10개 품목 중 하나로 국내에서 한 해 보통 1,000t 이상 소비된다. 현재 중국산 복령이 국내 시장을 잠식한 상태로 박미옥 대표의 복령 대량생산 기술이 보급된다면 국내산 복령으로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에 따르면 현재 ‘달홀’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복령의 양은 100t에 달한다. 고성군은 지난 27일 복령 산업 육성을 위한 관계자 간담회를 개최해 복령 생산자 육성 방안을 논의하는 등 복령을 고성의 대표 임산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달홀’이 수확한 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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