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는 어버이날을 맞이해 이번 달 초부터 100세 이상 어르신 16명을 찾아가 이불, 건강음료, 카네이션 등을 전달했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이 전달식에 참여해 100세 이상 어르신들의 자택을 찾았다. 함 군수가 만난 어르신 중에는 올해 100세인 양등모 어르신도 있었는데, 함 군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어르신을 ‘대단한 아버님’이라고 칭했다.
양등모 어르신은 100세인데도 현역이다. 아내인 변복술 할머니(92)와 함께 거진시장에서 쌀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이 직접 배달할 수는 없어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쌀, 조, 기장, 보리, 귀리 등의 곡물을 판매한다. 어르신이 쌀가게를 처음 시작한 것은 30년 전으로 그때 벌써 일흔이었고 지금의 자리로 온 것은 팔순인 20년 전이다. 남들이 건강 문제로 고통 받는 나이에 어르신은 새로운 일을 시작한 것이다.
어르신 내외는 아직도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건강하다. 양등모 어르신은 다리가 약간 불편해 관절염 약을 먹고 있을 뿐, 이외에 병원 치료가 필요한 지병이 없고 노인들이 흔히 앓는 당뇨나 고혈압도 없다고 한다. 또한, 청력도 좋아 대화에 무리가 없다.
“항상 두세 숟가락 적게 먹으려고 해”
어르신의 건강 비결을 궁금해 하자 자신만의 원칙을 확고한 어조로 얘기했다.
어르신은 매일 하루 세 번 끼니를 거르지 않고 꾸준히 들고 있다. 어르신이 식사할 때 원칙이 한 가지 있는데 이는 배가 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이다. 어르신은 “항상 두세 숟가락은 적게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르신은 “식욕이 당기고 소화가 잘된다고 해서 며칠 동안 많이 먹으면 탈이 나게 마련”이라면서 “아무리 식성이 좋아도 소화가 잘될 때 자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이 먹으면 수면을 방해하고, 과식해서 탈이 나면 못 먹게 돼 건강에 좋지 않으며 위의 상태가 나빠지면 다른 장기도 영향을 받아서 나빠진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어르신은 세 끼를 잘 챙기고 간식은 먹지 않는 편이지만 하절기에는 해가 길어져 간식을 먹는다고 했다. 간식은 빵 한 개, 우유 한 잔 정도이다. 간식 섭취도 원칙이 있는데, 단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 것이다.
어르신은 건강식품에 대해서도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어르신이 보기에 건강식품은 상술에 불과하며 효과가 없는 것이다. 장시간 어르신을 관찰한 결과 어르신은 팔기 위해 내어놓은 익히지 않은 곡물들을 이따금 한 움큼씩 쥐고서 조금씩 드셨다.
수면은 하루에 7시간 정도 한다.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오전 4시에 기상한다. 나이가 든 후 자다가 깨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양등모 어르신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 젊은 시설 양조장에서 일했는데 양조장에 들어가기만 해도 술에 취한 듯 어지러워 술을 마시지 않게 됐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담배를 피운 적이 있지만, 기침과 어지러움으로 힘들어 담배를 끊었다. 양등모 어르신은 “담배를 피우면 결과가 뻔하지 않나”면서 “담배로 고통받다가 죽는 것보다 한 달쯤 결심해서 끊는 게 낫다”고 했다. 어르신은 아들과 손자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자주 얘기해 현재 가족 중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아침마다 산책하고 사색에 잠겨
어르신은 젊은 시절부터 등산과 산책을 좋아했다. 젊어서는 아무리 바빠도 새벽 일찍 일어나 매일 등산을 했고 겨울에 눈이 많이 와도 이웃들과 함께 등산하러 다녔다. 요즘은 다리가 좋지 않아 등산을 하지 못해도 아침마다 꾸준히 산책을 하고 있다. 어르신은 아침에 가게 문을 열기 전에 인근 솔밭까지 걸어가서 사색에 잠겼다가 돌아온다고 한다. 근육운동은 하지 않았으며 “걷기가 최고”라고 말했다. 요즘도 매일 40~50분 정도는 걷는다.
어르신은 정신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마작, 투전, 화투 같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아 왔다. 어르신은 “노름을 하게 되면 돈을 따려고 신경을 쓰게 되고 이러면 정신적으로 좋지 않아 일절 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로당에 꾸준히 나가고 있지만 다른 이들이 경로당에서 화투를 쳐도 거기에 끼지 않는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면 지나온 삶을 자주 떠올린다. 어릴 적 친구들 이름도 떠올리고 부모님, 아내 등 가족, 친구와의 추억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자신이 했던 일을 다시 기억해보기도 한다. 어르신은 “이렇게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나쁜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며 “돌이켜보면 성격이 좋지 않은 이들은 빨리 죽었다”고 했다.
양등모 어르신은 인터뷰를 마친 후 일어서서 웃는 얼굴로 배웅했다. 어르신의 건강한 미소는 오래된 쌀가게와 함께 한동안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호 기자
거진시장에서 아내와 함께 쌀가게를 운영 중인 100세의 양등모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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