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갈길 잃은 설악권 해안국도의 현주소Ⅰ
②갈길 잃은 설악권 산악국도의 현주소Ⅱ
③고속도로 개통 후 해안·산악국도
활성화 잰걸음 뗀 강릉시의 비전
④국도 44·46호선 교차거점 인제군의
현주소와 활성화 대책
⑤양구 거쳐 춘천까지 이어지는 접경지
국도 46호선, 뒤안길 벗어나나
⑥홍천-양평 잇는 국도 44호선 수도권
힐링 길 되나
⑦설악권 해안·산악 연결 국도 활성화
전환점 찾자
수도권을 기준으로 경기도 양평군에서 시작해 홍천군을 거쳐 인제군과 양양군으로 이어지는 국도 44호선은 ‘양평-양양선’으로도 불리며 강원 중북부 지역을 동서로 관통하는 동맥 역할을 해왔다. 시작점인 양평~홍천 노선은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지난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전까지 통행량이 많았으나, 2018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주변 상권도 침체를 거듭하는 실정이다. 특히, 양평군과 홍천군의 경계지역은 수도권으로부터 유입되는 차량이 40~50% 이상 급감하면서 고추장 삼겹살로 유명한 주변 음식점들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국토교통부의 교통량 정보제공 시스템에 따르면 국도 44호선 양평~홍천구간의 1일 평균 통행량은 2017년 20만3,264대에서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듬해인 2018년 16만9,090대로 17% 감소했다. 다행히 지난 2019년에는 분기점인 중앙고속도로의 통행량이 늘어난 데다,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잦은 지·정체를 피해 국도 44호선 양평~홍천 구간을 이용하는 차량들이 증가하면서 다시 19만531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인 경기도와 강원도를 잇는 양평~홍천 구간은 중앙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의 분기점과 연계해 사통팔달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반면, 주변 고속도로의 실시간 교통 여건에 따라 통행량 변화 폭이 커 국도변을 중심으로 한 중장기 안정적인 활성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도변 관광벨트화 행정력 집중
국도 44호선의 강원도 관문인 홍천군은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국도변의 지역경기가 날로 침체에 빠지자, 국도의 선형개선 등 정비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동시에 체류형 관광활성화 전략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군은 국도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굽은 도로 선형을 직선화하고 고속도로 분기점인 연봉지구 교차로의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해 홍천국토관리사무소와 공동으로 지난해부터 교차로 개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연봉교차로로 이어지는 국도 44호선 일부 구간은 회전교차로의 추가 설치로 지·정체를 빚었다.
오는 2022년 3월 완공하는 연봉지구 교차로 개선공사는 입체교차로 1곳과 회전교차로 1곳을 신설하게 되고, 이 공사가 끝나면 국도 44호선의 교통 흐름이 과거보다 더 원활해져 수도권 차량들의 유입에 따라 통행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젖줄인 홍천강을 테마로 한 홍천강 꽁꽁얼음축제 다변화와 농산어촌의 특성을 살린 마을축제와 특산물을 활용한 로컬푸드 산업화 등을 연계해 수도권 관광객들의 홍천방문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특히, 비발디 파크 리조트와 스키장, 온천 등 홍천군의 특색 넘치는 관광인프라를 거점으로 화양강 휴게소 주변과 연계한 스카이워크 등을 조성해 국도변과 이어지는 관광벨트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하며 국도 44호선 주변의 관광다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2일 찾은 국도 44호선 홍천 국도변의 한 고추장 삼겹살 식당 주인은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된 후에는 주말에나 가끔 손님이 찾아올 정도로 상권 자체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상인들 대부분이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가게를 유지하기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체류형 관광 활성화 안간힘
국도 44호선의 출발지인 경기도 양평군은 1개읍 11개면으로 군 지역으로는 규모가 크지만, 경기도 외곽지역으로 분류되면서 낙후한 교통인프라로 인해 지역발전이 더딘 실정이다.
과거 양평군은 남한강 줄기를 배경으로 그림 같은 별장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면서 카페와 막국수 등 국도변과 접속한 도로 주변의 상권이 활성화되고 도시형 전원단지로 각광 받았지만,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후 체류관광객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특히, 인근 여주시가 철도망 연결과 함께 시 승격이 이뤄지면서 활발한 도심개발이 추진되는 반면, 양평군은 주변 농산촌 지역에 머물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도 44호선을 따라 홍천을 지나 양평으로 들어서는 국도변에는 규모 있는 휴게소들이 폐업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고, 통행량이 급감하자 국도변에 즐비했던 농산물 특판장들도 개점 휴업한 지 오래로, 현재는 수도권의 라이더들만 주말에 무리를 지어 이용하는 라이더 전용 길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양평군은 홍천군과 연계해 국도 44호선의 구간별 4차선 확장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가로변에 디자인을 입히는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며 이미지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국도 44호선과 연계한 남한강 줄기에 문호리 리버마켓을 유치해 주말 수도권 관광객들을 유입하는 한편 용문사 관광명소화와 양평 용문천년시장 특화사업 등 단기 부양정책과 함께 스마트 관광도시 조성을 중장기 과제로 체류형 관광활성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국도 44호선 용문터미널 주변의 한 상가 주인은 “양평이 전원도시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돼버린 지 오래다. 국도변 상권은 이미 상실했다”며 “하루가 다르게 고속도로와 철도가 뚫리는 상황에서 잠시라도 머물 수 있는 관광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가게를 접어야 할 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철도·고속도로 연계 시너지 높여야
과거 수도권과 직결되는 관문역할을 해내던 국도 44호선 양평~홍천 구간이 이처럼 쇠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홍천군은 철도망 연결을, 양평군은 고속도로 개통을 추진하고 있다.
홍천군은 홍천군번영회와 사회단체들이 중심이 돼 용문~홍천 철도 건설사업을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결국 지난 4월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용문과 홍천을 잇는 34.2㎞ 구간의 철도망이 구축되면 수도권 광역 철도망이 완성되고 그 종착지에 홍천군이 자리하면서 국도 44호선과 연계한 철도관광을 통해 내륙형 관광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게 홍천군의 구상이다.
양평군 역시 이번 용문~홍천 철도 건설사업 가시화를 환영하며 양평군이 서울·경기와 강원도를 잇는 중심축으로서 철도망이 죽어가는 국도 44호선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평군은 이와 별도로 서울에서 양평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건설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국도 44호선은 지역 간선도로 역할에만 머물 뿐, 근간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고속도로 개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홍천군과 양평군이 국도 44호선의 대체 교통망으로 철도망과 고속도로 건설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 교통망 역시 국도 44호선 등 접속도로와의 연계성을 강화해야만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경기도 양평군에서 시작돼 강원도 양양군까지 연결되는 국도 44호선은 동해대로처럼 4차선 확장과 접속도로망 연결, 신호체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수도권의 힐링가도로서 가치가 높은 데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도변 쉼터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발맞춰 주변 경관과 휴식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감성 넘치는 관광도로로 탈바꿈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주현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국도 44호선 홍천 구간에서 가장 붐비는 연봉교차로. 이곳은 중앙고속도로와 서울양양고속도로의 분기점과 인접한 거점구간이다.
국도 44호선의 출발지인 양평군은 국도변 침체로 인해 철도망과 고속도로 조기 건설을 요청하고 있다. 국도변에 폐업한 채 방치된 휴게소가 흉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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